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서울역 분신으로 사망한 남성의 죽음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표 전 교수는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코 이 분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옹호하고 싶지 않다. 이 분의 사망을 이용해 선동하는 행동에도 반대한다”면서 “같은 마음으로 이 분의 삶과 죽음을 폄훼하고 그 명예를 훼손하는 작태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반대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특히 가족의 동의 없이 이 분의 경제사정이나 부채, 개인 사생활 관련 내용을 마구 공개 유포하고 보도하며 애써 이 분이 죽음으로 주장하려던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막고 돌리려는 한심한 작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가벼운가? 당신들의 이익과 편함을 위해 그리 매도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동안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 철도노조 등 반대나 불편을 야기하는 대상마다 사생활 혹은 인격 내지 명예를 까발리거나 공격, 훼손하며 본질을 호도하던 작태를 생명손상 사건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표 전 교수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결코 지지하거나 옹호하고 싶지 않은, 극단적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겪었을 고민과 갈등과 번민과 고통을 이해한다”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액체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이모(40)씨가 결국 숨졌다.
현장에서 수거한 이씨의 수첩에는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 형식의 글이 발견됐다. 수첩에는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분신 직전 쇠사슬로 손 등을 묶은 채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플래카드 2개를 고가 밑으로 내걸고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