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시볼’ 설치해 장관 연출
낮에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을 갖췄지만,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와 사나이들이 모이는 곳. 바로 가수 싸이의 노래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강남이다. 새해를 맞아 ‘2014년 강남스타일’을 엿보기 위해 서울 강남역을 찾았다.
31일 밤 11시. 강남역 앞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한 눈에 들어온 광경은 강남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대형 풍선 60개. 사람들은 저마다 펜을 들고 풍선에 소원을 적느라 분주했다. 풍선에는 ‘좋은 곳에 취직하게 해주세요’, ‘연애하게 해주세요’, ‘2014년 연봉 3배 업(up)’, ‘대학합격 파이팅’ 등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강남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2013년은 아쉬움이 가득한 한 해였다. 저마다 꿈을 위해 열심히 뛰었고, 현실의 벽 앞에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취업에서 쓴웃음을 삼켜야 했던 박재헌(27세) 씨는 “서류만 서른 곳 가까이 냈는데 붙은 곳이 하나도 없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머리를 식히고 마음도 다잡기 위해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에는 꼭 취업이 잘 돼서 부모님께 선물도 사드리고 효도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주부는 “올해 아이가 태어나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꼈었다”며 “내년에는 가정 경제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강남역 엠스테이지에는 가수들의 무대 공연이 2013년 마지막 밤을 수놓았고, 거리 위 사람들은 떠나가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추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타로카드 노점 앞에는 신년운세가 궁금한 연인들의 발길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무대 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한껏 뜨거워졌다. 가수 김태우의 목소리가 강남대로 전체에 울려 퍼지자 친구, 연인의 손을 잡고 젊은이들이 무대를 향해 뛰었다. 멀리 전남 광양에서 왔다는 하희주(17세) 양은 “친구들과 추억여행을 하러 강남역에 오게 됐다”며 “한 학년 올라가는 새해에는 지금보다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게 말했다.
곳곳에서 축제를 즐기려는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대형 풍선에 새해 소망을 적었다. 흥에 겨워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춤을 추는 외국인도 보였다. 언어는 달라도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같았다.
미국에서 여행을 왔다는 제프 브라운(31)은 “노래 ‘강남스타일’로만 접하던 강남에 오니 화려한 도시풍경과 역동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돼 기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흥겨워했다.
새해가 오기 10여분 전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카페, 술집 등 건물 안에 있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어떡해’라는 말이 나오며 사람들의 눈은 건물 곳곳에 설치된 대형 시계에 쏠렸다. 디지털 시계의 숫자가 빠르게 자정을 향해 달릴수록 사람들의 함성도 점점 커졌다.
2014년 1월 1일 0시, 카운트다운 끝에 새해가 밝았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 펴졌다. 동시에 사람들의 소원을 적은 대형 풍선 60개가 하나, 둘 하늘로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한편, 이번 새해맞이 행사는 현대자동차가 대형 풍선에 고객들의 새해 소망을 적어 띄우는 ‘위시볼(Wish Ball)’ 이벤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3회째를 맞은 위시볼 이벤트는 현대차가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을 고객과 함께하고 희망과 감동을 전하고자 마련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