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낙농가 특명 … 젖소 대사성질환을 극복하라

입력 2013-12-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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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37

우리나라 우유 생산비는 낙농업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결정적 요인은 높은 사료비 때문. 생산비의 62%가 사료비다. 짧은 젖소의 경제수명도 생산비 증가의 주요 요인. 특히 젖소 질병 중 ‘대사성질환’이 젖소의 경제수명을 줄이는 ‘주범’이다. 대사성질환 발생률이 20%면 피해액은 200억 원에 달하게 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낙농가의 골칫거리인 대사성질환에 주목하고 ‘젖소 대사성질환 저감 수익모델’ 현장접목 연구사업을 추진했다. 대사성질환 저감기술을 접목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연구사업에는 번식률 향상 모델 개발도 포함되어 있다.

▲생산성 향상의 바로미터, 대사성질환 예방과 치료

젖소 대사성질환은 분만 전후 생리상태 변화, 영양 불균형에 의한 신진대사 이상 등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분만 직후부터 비유초기에 발생해 식욕 부진, 유량 감소, 침울, 기립 불능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주요 질병으로는 후산정체, 유열, 케토시스, 4위 전위 등이 있다.

국내 대사성질환 발생률은 5~12% 정도 된다. 대표적인 질환인 케토시스의 발생률은 8% 정도지만, 임상 증상이 없는 잠재성 케토시스는 2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환기에 대사성질환이 발생하면 치료비 증가, 유량 감소, 번식 저하로 이어져 생산성과 수익성에 타격을 준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대사판정시험 시스템인 ‘무병장소(無病長소)’는 젖소 혈액검사를 통해 건강과 영양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젖소 대사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험실에서 혈액검사 분석 후 결과 보고서를 농가에 제공하면, 농가는 현장에서 바로 간이진단 키트를 활용하여 5~10초 만에 젖소 대사성질환 파악이 가능해 신속한 문제 해결이 가능해졌다.

국립축산과학원 정영훈 연구사는 “최종적으로 낙농가의 소득증대가 연구사업의 지향점”이라며 “젖소의 번식 관리 시스템과 자가사료배합 프로그램도 함께 적용했다”고 말했다.

▲대사성질환 진단 및 예방 프로그램 ‘무병장소’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은 본격적인 현장접목에 들어가기 전 낙농가의 질병 발생과 번식, 사양, 영양관리 등 광범위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충남 천안시 20개 농가와 전북 고창군 24개 농가를 현장접목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장접목에는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을 비롯해 지역 농업기술센터 연구진, 수의사, 컨설턴트(번식관리, 사양관리) 등이 동참했다.

다양한 진단지표로 젖소의 건강상태, 질병 여부 등을 탐색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농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확한 발병 원인을 분석한 후 정기진료와 맞춤형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투입했다. 동시에 생산성 저해 요인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대상 농가들의 현장 반응은 집중도가 아주 높았다. 대사성질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 그동안 궁금했던 번식률 향상과 영양관리 방법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보다 예방에 치중해 접목기술 적용

본 연구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농장 운영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유훈(충남 천안) 농가는 “경험과 지식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며 “현장접목을 통해 젖소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농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농가들에게 ‘무병장소’는 ‘만능로봇’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수치화된 검사 결과에 따라 대사성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영양 상태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농장의 환경에 맞춰 사양관리를 프로그램화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농가들은 개체별로 도태율을 감소시키고 유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접목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는 질병 관리 및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났다.

▲연간 1천만 원 이상 소득향상 기대

현재 연구사업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 의도대로 경제적·산업적 측면에서 구체적인 성과들이 드러나고 있다. 젖소 대사성질환의 저감기술은 젖소의 분만 전후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젖소의 임신기간(280일), 건유기(60일), 착유기(305일)를 고려할 때, 본 현장접목 사업의 최종 성과는 2년 정도가 지나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대사성질환 발생률과 젖소의 도태율이 각각 5%씩 떨어졌고, 유량은 5% 증가, 공태 기간은 5일 단축됐다. 착유 40두 기준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소득향상이 예상된다. 전체 낙농가의 20%인 1,200개 농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년에 약 1,4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충남 천안시의 한 농가는 대사성질환 감소와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질병 치료비용은 300만 원가량 절감되었고, 생산량은 1만kg 이상 증가했다. 조수입과 납유량이 각각 26%, 21% 상승해 소득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본 연구사업의 추진을 통해 안전한 축산물 생산과 체계적인 질병관리,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우리나라 낙농가들에 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농장별 사례 홍보로 현장접목 전국으로 확대

우리나라의 원유 생산비는 리터당 641원으로 미국의 376원에 비해 매우 높다. 사료비 때문이다. 국내 낙농가의 사료 자급률은 7%에 불과한데 비해, 수입 의존도는 57%나 된다. 젖소의 경제수명도 우리는 2.5산, 미국은 3.5산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연구진은 대상 농가에 종합적인 기술을 투입해 생산성 변화와 경영분석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경제성 분석을 마친 후 투입비용과 수익을 구체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농장 맞춤형, 개체 관리형 관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농장의 번식관리와 질병 예방지표도 만들 예정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정영훈 연구사는 “낙농산업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차원에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낙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접목은 연구사업 진행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연구진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을 더욱 내실화하고 있다. 앞으로 종합 수익 모델과 농장별 사례를 책자로 발간해 전국의 낙농가들이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젖소 대사성질환 저감기술에 대해 관심 있는 농가는 국립축산과학원 정영훈 연구사(041-580-3405)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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