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계열사 독립경영 책임·권한 강화… 효성, 폴리케톤 사업 재정비해야
총수 공백으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해법 찾기에 나섰다. 총수의 의사가 경영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기업일수록, 오너의 빈자리를 최대한 메울 방법을 찾아 안개 국면을 빠져 나간다는 목표다.
SK그룹은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권 공백을 집단지도 체제와 계열사의 자율책임 경영으로 채우며 오너 부재 기업들 중 가장 안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SK는 올해 경영 방침을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으로 세우고, 지난해 도입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다. 김창근 의장을 필두로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중심을 잡고, 각 계열사는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최 회장의 자리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이 ‘결정’보다는 ‘조정’에 가까워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최 회장의 인맥을 통해 진행한 해외사업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달 ADT캡스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높았지만, 1조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 인수를 포기했다. SK E&S 또한 지난 9월 매물로 나온 STX에너지를 인수할 의향을 보였지만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1조원의 가격은 오너의 용단 없이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4월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하며 김승연 회장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 최금암 그룹 경영기획실장과 함께 회사의 주력 사업인 금융, 제조, 서비스 3개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는 김 회장의 구속 직후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한화케미칼이 이달 이라크에 4조원 규모 화학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기로 하며 총수 공백 위기에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계속된 검찰 소환으로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과 신규 사업을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플라스틱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은 향후 2년 동안 2000억원을 들여 5만톤 규모의 양산체제를 구축해야 하지만 주춤하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결정권이 강한 대기업들이 오너의 부재를 겪으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집단대표체제 등 다양한 방안을 고안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는 곳도 있지만,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