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결산, 스타작가 vs 신인작가 vs 예능출신 작가 대결 "KBS 단막의 힘 제대로 보여줬다"

입력 2013-1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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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제작에서 작가의 역할은 막중하다. 2013년 안방극장은 드라마 작가의 신·구 조화가 빛을 발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스타작가들이 화려한 필력과 트렌디한 감성으로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는가 하면 신인작가들이 대거 등장해 독특한 내러티브와 신선한 감성으로 방송가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몇몇 신인작가들은 스타 작가들의 대작에 맞서 격렬하고 화려하게 싸웠고, 자랑스러운 성적표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2013년 안방극장을 점령한 작가들은 누구일까.

◇스타작가 내공 혹은 막장

노희경, 김은숙, 김수현,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문영남, 임성한 등 기라성 같은 스타작가들은 탄탄한 내공으로 무장해 노련함이 엿보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노희경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일본원작을 뛰어넘는 쫀득한 구성력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완벽하게 재해석했고, 올해 리메이크 작품 중 최고의 성적(평균 시청률 13.9%)을 거뒀다. 홍자매는 ‘주군의 태양’으로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를 결합해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기복제에 능한 김은숙은 ‘상속자들’에서 과도한 PPL과 식상한 신데렐라 이야기로 질타를 받았음에도 높은 시청률(마지막회 25.6%)을 기록해 스타작가임을 입증했다. 문영남(‘왕가네 식구들’)과 임성한(‘오로라공주’)은 자극적인 소재에 개연성이 없다는 막장드라마 비판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신인작가, 신선한 반란

올해는 이현주, 윤난중, 박재범, 유보라 등 신인작가들이 대반란을 일으켰다. 특히 네 사람 모두 KBS 단막극 작가 출신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현주는 ‘학교 2013’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학교폭력, 무너진 교권 등 현실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어내 시청자의 공감대를 샀다. 윤난중은 KBS 극본공모에서 아쉽게 떨어졌지만 그의 필력을 높이 산 KBS PD의 추천으로 단막극 작가가 됐다. 데뷔작인 ‘직장의 신’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코믹과 판타지를 섞어 슬프지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웃픈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재범은 ‘굿닥터’를 통해 한편의 동화 같은 의학드라마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했다. 유보라는 ‘비밀’에서 거침없는 필력으로 경쟁작인 ‘상속자들’ 김은숙 작가를 완벽하게 눌렀다.

◇예능 출신, 드라마작가 변신

이우정, 송재정, 박혜련 등 예능작가 출신 드라마 작가의 활약도 돋보였다. ‘1박2일’ 작가로 유명세를 탄 이우정은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까지 흥행을 이끌어내며 ‘속편은 망한다’는 공식을 무참히 깼다. 송재정은 SBS ‘순풍산부인과’, MBC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 작가로 활동하며 다져온 감각을 타임슬립 드라마 tvN ‘나인’에서 고스란히 드러냈다. MBC ‘논스톱’ 작가 출신 박혜련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극본으로 일명 ‘귀신 없이도 무서운 드라마’라는 극찬을 받으며 올여름 안방극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8일 첫 방송한 SBS수목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역시 예능작가 출신 스타 작가 박지은의 작품이다.

KBS 정성효 수석프로듀서는“작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식상함을 극복하고 신선함으로 과감하게 승부해야 한다. 스타 작가나 신인작가 모두 이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황의경 책임연출자는 “스타 작가의 의존은 본능에 가깝다. 올해 유난히 신인작가가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신인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해가 있을까 싶다”며 “결론은 단막의 힘이다.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올해처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해는 없었다. 신인을 기용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황CP는 “세대교체나 물갈이가 목표가 아니다. 기성작가들은 그에 걸맞은 역할이 있다. 단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한 자극이 돼 드라마 자체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총괄팀장은 “신인작가의 성공적인 등장에 콘텐츠가 다양해졌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올 수 있고, 편성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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