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성공신화의 주역,지란지교 오치영 대표, 일본시장 점령하다

입력 2013-12-19 14:56수정 2013-12-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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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프트웨어 하나로 일본 진출 6년 만에 일본내 5000개 기업고객을 확보하며 연간 100억 원대 엔화를 벌어들이는 토종 SW업체가 등장,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주인공은 보안솔루션 전문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이하 지란지교)’다. 이 회사는 보안웹파일서버, 발송메일승인솔루션, 스펨차단 솔루션 등 크고작은 SW를 무더기로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지 6년여만에 까다롭기로 소문한 일본 대기업 중견기업군 5000개사를 확보, 완벽하게 일본 뿌리내리기에 성공했다.

그간 수많은 SW업체, SI업체들이 일본시장을 두드렸지만 다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깐깐하기로 소문만 일본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지 못해서다. 가격이 싸거나 제품성능만 좋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사후관리까지 완벽하게 신뢰를 할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지란지교는 일본 뿐 아니라 싱가포르 시장도 종횡무진 휩쓸고 있다.

지란지교는 최근 시스템 보안 솔루션은 물론,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솔루션, 청소년의 유해사이트 접속방지 솔루션, 게임 시간을 조정해주는 솔루션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제품 일색이다. 덕분에 이 업체의 제품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란지교는 한창 벤처붐이 일던 1994년, 친구 3명과 시작한 작은 벤처기업이 모태다. 현재 직원수 180명, 연매출 345억원대 유망 벤처기업으로 일궈낸 지란지교 오치영 대표(44)는 업계에서 늘 공부하는 ‘진지한 벤처 CEO’로 통한다.

순수 SW만으로 매출 100억원대규모는 하드웨어업체 기준으로 치면 연 1000억원대와 맞먹는 영업이익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서울지사 사무실에서 만난 오 대표는 넘치는 에너지가 눈길을 끈다. 목소리가 크고 쾌활하다.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이 있다. 내년에 창업 20주년을 맞는 그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베테랑 벤처기업가답게 사업과 기업에 대해 강한 확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매우 원숙하고 노련한 경영수완을 자랑한다.

오 사장의 집무실은 여느 CEO 방과는 사뭇 다르다. 골프공, 야구공은 물론 간단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역기도 있다. 소파 뒤 책장엔 고전, 종교, 철학, 경영 등 온갖 분야를 총망라한 책들이 꽂혀있다. 책 표지는 모두 구깃구깃하다.

한달의 절반을 일본체류, 수시로 드나다는 동남아 출장을 위해 자투리시간 10분이 나도 체력다지기에 나선다.

끝없는 창의력과 스스로의 직관력을 위해 인문학 및 최신 경영서적, 새로운 해외 베스트셀러는 빠짐없이 챙긴다. 오 사장은 창업초기 시절 세미나,기술발표회 등 크고작은 신기술소개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가하는 CEO로 유명했다.

한쪽 벽면 전체는 칠판으로 개조, 노란색 분필로 메모들을 빼곡히 써뒀다. 원색으로 채색된 장난기 가득한 그림도 여기저기 걸려있다.

오 사장은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꿈’과 ‘도전’을 강조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사업가의 입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단어들이다. 그는 이 두 단어는 지란지교를 지탱해온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고 강조한다.

◇꿈과 도전을 먹고자란 지란지교 = ‘꽃과 난초의 사귐’이란 뜻의 지란지교(芝蘭之交)소프트는 오 대표가 친구 3명과 함께 ‘100년가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대전에서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지란지교는 당시 도스(DOS) 전성시대 때 ‘잠들지 않는 시간’이라는 윈도용 통신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내놓으며 업계에 풍운아처럼 등장했다. 이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오 대표를 ‘성공한 젊은 벤처 사업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경영 수완은 부족했다. 무료로 제공,연매출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속 빈 강정이엇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96년, 대전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다. 2억원 가까이 되는 정부출연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 것. 창업초기 근근히 버티기에 급급했던 오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란지교만의 보안솔루션, 전자상거래 솔루션,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 등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2007년 매출 100억 원을 달성, 2013년 현재 345억 원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까지 성장한다.

◇뼈아픈 구조조정, 현실적 이상주의자 = ‘벤처의 교과서’ 오 사장에게도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다. 2002년 심각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코스닥 상장에 실패, 사옥까지 매각해야만 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도전이 불러온 참사였다.

“당시 지란지교가 승승장구하며 직원이 200명을 넘어섰어요. 조직이 둔해지기 시작했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했죠. 결국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 아프더라구요. 최고경영자로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도전은 배임이란 걸 깨달았죠. 현실적인 이상주의자가 돼야만 했습니다.”

오 대표는 구조조정후 매해 ‘내실경영’ ‘인재경영’ ‘글로벌경영’ 등의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잘못된 경영방향을 세세히 수정해 나갔다.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뀌었다. 원가절감과 글로벌 진출에 모두 성공하며 알짜기업으로 재탄생 한 것.

특히 그는 연구 개발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책임경영도 함께 강조했다. 오 대표는 이러한 경영방식의 일환으로 17일에 가장 실적이 좋은 ‘지란지교 시큐리티’를 분사하기로 결정한다. 몸집을 가볍게 해 혁신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동시에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가장 실적이 좋은 부서를 분사하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확신이 있었습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스스로 창업을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겁니다.”

◇글로벌기업으로 변모하는 지란지교 = 오 대표는 지란지교를 100년가는 기업으로 만들려면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오 대표는 2007년에 일본에 입성한다. 그는 일본 기업이 까다롭다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완벽’을 요구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술회한다. 일본 기업이 요구하는 완벽함이란 제품의 성능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총망라하는 서비스를 뜻한다는 것.

일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인 끝에 지란지교는 일본 시장에서 매해 2배 씩 성장, 2011년에는 지란지교 일본 법인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년 만인 2012년, 무려 80억원의 매출을 기록, 현재 일본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의외로 간단하다고 귀띔한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직접 발로 뛰면 해외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는 기술력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오류 때문이거든요. 전 일본에 출퇴근 한다는 생각으로 거의 매주 다녀왔습니다. 자주 부딪히다 보니 점점 신뢰가 쌓이고 어느새 지란지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지더라구요.”

까다로운 일본 기업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지란지교는 승승장구 한다.

보안웹파일서버인 기가팟(GIGAPOD)은 일본에서 4000여개의 기업고객을 확보하며, 파일 전송분야 3위에 올랐다. 이 제품은 일본 미우라아오키 해외특별상, 일본 CSAJ협회 최우수상, 일본정부 주관 정보화월간 의장상 등도 휩쓸었다. 발송메일승인솔루션인 메일팟(MAILPOD)과 스펨차단 솔루션인 스팸스나이퍼(SPAMSNIPER)역시 각각 500개, 200개 기업고객을 확보, 지란지교는 일본 내에서만 5000개가 넘는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이외 싱가포르와 미국, 중국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꿈꾸고 도전하라 = 벤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꿈꾸는 일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오 대표.

꿈와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똘똘뭉친 그의 이러한 정신은 지란지교를 관통하는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지란지교는 현재 ‘드림 플랫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꿈과 열정만 있으면 회사 내 직원 뿐 아니라, 외부 SW업체들도 지란지교를 통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마케팅력 부족으로 묻혀있는 흙속의 진주같은 국내 SW제품을 지란지교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오 대표는 지란지교를 △SW회사로서 1000억 매출 달성 △2014년에 세계 100대 SW기업 입성 △100년간 지속가능한 회사로의 성장시킬 것이라는 ‘1000-100-100’이란 목표를 주문처럼 흥얼거린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부터는 사물인터넷(IoT)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그의 도전이 또다시 어떤 성공신화를 일궈낼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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