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다. 아직도 ‘상속자들’ 대본이 나올 것 같고, 촬영장을 가야만 할 것 같다. 나에게 너무 감사한 작품이다. 영도라는 인물이 못된 친구인데도 많은 사랑을 주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김우빈은 2013년 최고의 대세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다. 지난 1월 종영한 KBS 드라마 ‘학교 2013’에서 경기도 전체를 평정했던 전설의 일진 박흥수 역을 맡아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영화 ‘친구2’에 장동건 아들로 캐스팅 돼 건달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거친 남자의 매력을 뽐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악랄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지닌 특유의 반전매력을 뽐내며 ‘나쁜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로 대한민국을 ‘영도앓이’로 물들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2013년 대세남으로 자리한 김우빈을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났다.
“참 감사한 작품이다. ‘신사의 품격’ 끝난 뒤 조금 더 성장해서 김은숙 작가님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바로 다음 작품 (‘상속자들’)에 불러줘서 감사했다. 믿어주신 것에 대해서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사랑하는 동생들도 네 명(크리스탈, 강민혁, 박형식, 김지원)이나 생겼다. 참 좋다.”
극 중 친구를 악랄하게 괴롭히고 거침없는 행동으로 불량학생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김우빈은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때론 어설프다.
“극 중 탄이(이민호)가 낯간지러운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저도 쑥스러웠던 대사가 있다. ‘너 맨날 이런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라는 말이다. 평소에 하지 않는 말이라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다행히 상대역 은상(박신혜)이가 많은 도움을 줬다. 영도 말투는 너무 재미있다. 할 말을 다하고 직설적이긴 하지만 웃게 하는 말투다. 스태프에게 사인해 줄때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영도 말투를 쓴다.”
최영도 말투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고, 무심한 듯 시크한 그의 화법은 박신혜를 향한 가슴 아픈 외사랑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결국 김우빈은 극 중 사랑을 이루지 못한채 새드엔딩의 주인공이 됐다.
“만족하고 있다. 작가님이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영도를 공감할 수 있도록 써주셨다.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던 이유에도 그런 부분들이 포함돼있을 것이다. 아마 잘 먹고 잘살기만 했다면 나쁜놈이었을 것이다.(웃음) 마지막 촬영분량인 20회 상상신을 찍고 모든 촬영이 끝났다. 단체사진을 찍고 식사자리에서 김은숙 작가님이 ‘이 작품 잘한 것 같아?’라는 물음에 ‘제가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싶다. 감사하다’라고 했더니 ‘배우가 이런말 하기 쉽지 않은데 감동’이라고 말씀하셨다. 민호형과 신혜는 주인공이니까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데 저는 서브(?)남자인데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올 한해 나쁜남자의 모습만 줄곧 보여준 김우빈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그도 학창시절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차갑고 냉정한 소년이었을까.
“친구들을 크게 괴롭히지 않았다. 큰 반항도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모델이라는 꿈을 꾸게 됐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냈다. 당시는 인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쭈뼛쭈뼛해서 담임선생님께 모델하겠다고 했더니 ‘니가?’하면서 웃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믿음에 힘을 받아 준비를 해나갔다. 다른 친구들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 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고, 모델학과에 수시합격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유로웠다.”
모델 일을 동경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온 김우빈은 2009년 S/S 서울 컬렉션으로 데뷔했다. 이후 매년 컬렉션 무대에서 모델로서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런웨이를 장악했고, 모델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데뷔 후 서울 컬렉션 기간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2014 S/S 서울 패션위크) 처음으로 놓쳤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모델일은 놓지 않은 이유는 모델일을 하다가 모델학과가 되는 것이 꿈인 저에게 연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모델일은 재미있고 자극제가 된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이제 김우빈은 ‘상속자들’의 부제처럼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상속자들’ 최고의 수혜자라는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게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제가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저를 이겨야 한다. 저를 자꾸 채찍질 하고 노력을 해야 왕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려 한다.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
대세남 김우빈의 행보는 연말에도 계속된다. 그의 스케줄은 광고, 화보, 사인회 등으로 가득차있다. 김우빈은 스케줄이 마무리 되는대로 재충전하면서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빠른시일 내에 또 다른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