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통과 협력의 힘은 강하다- 이덕배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장

입력 2013-12-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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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 회원국 연구자들이 모여 ‘토양 비옥도 및 관개효율 증진을 위한 농경지 관리 사업 평가회’를 가졌다. 각 회원국의 토양비료 연구내용들을 보면서 연구자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영농 현장의 농업인들에게 빠르고 쉽게 전달되는 것이 그 나라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길임을 깨달았다. 혼자 독점하는 기술과 정보는 소수의 부호만을 살리지만, 집단이 공유하는 기술과 정보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부와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최빈국 중 하나였다. 토양과 비료분야 기초기반시설이 전무하던 그 시절, 유엔개발계획(UNDP) 원조사업으로 토양조사와 토양비옥도 조사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을 통해 훌륭한 토양비료 학자들이 탄생했으며, 토양개량제 보급과 같은 정책사업을 추진해 농경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주곡 자급 달성의 길을 열었다. UNDP 원조의 토양조사사업이 종료된 이후 당시 경제기획원의 정책 사업으로 1:50000의 세부 토양조사사업을 시작해 마침내 1:5000의 세부 정밀토양도까지 완성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토양 학자들의 피땀으로 구축된 농경지 토양지도는 농업인들이 보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1997년 농촌진흥청은 종이지도를 전자지도로 만드는 농경지 토양 전자지도정보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의 결과 흙토람이 탄생됐다. 흙토람은 깊이 1m까지 우리나라 토양의 자갈, 모래, 점토 함량 등의 특성 정보는 물론 농작물 재배에 적합한 지역 정보, 비료사용 처방, 농작물 영양진단과 같은 토양환경 정보를 간편하게 제공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지역별 상세 정보는 농업은 물론 토목, 건축업, 산업 분야 종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는 농가가 요구하는 토양을 검정, 농경지의 지력을 진단하고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사용량 정보를 농업인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2012년에는 큰 규모의 토양이 검정됐으며, 사용 용도별로 분류해 보면 민원해소용으로 17%, 쌀 소득보전 직불제용으로 12%, 친환경농업과 농산물우수관리제(GAP) 인증용으로 29%, 재배지 토양검정용으로 18%의 토양양분 정보가 활용됐다.

그러나 농업인들이 직불제나 인증용 비료사용처방서를 발급받아 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시청 등에 제출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서류발급과 제출이 부처 간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면 국민들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다른 일에 생산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농촌진흥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비료사용처방서 정보 공유를 위해 두 차례 협의회를 가졌으며 조속한 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개최된 AFACI 사업의 토양 비옥도와 물 이용 분야 평가회에는 개도국 소속의 뛰어난 토양비료 학자들이 참석했다. 훌륭한 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나라가 아직 개도국인 것은 훌륭한 연구정보와 지식이 공유되지 않아, 영농현장에서조차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보의 개방성과 활용성은 국가 발전과 직결된 것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정부 3.0사업을 통해 정부가 구축한 정보는 정부 부처는 물론 민간기업,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그 결과 정보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정부 3.0사업을 통해 업무효율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벗어나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국가 경쟁력의 근본이 정보의 활용성과 범용성에 달려있는 시대다. 정보를 움켜쥐고 감추기보다는 정부 3.0을 통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널리 활용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정부, 행복한 국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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