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패러다임이 바뀐다] 묵혔다가 혼쭐난 투자자들 “치고 빠지기”

입력 2013-12-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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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때 ‘반토막’ 쓴맛…‘장기에서 단타 매매로’ 전략 수정

펀드는 ‘장기투자’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 번 펀드에 가입하면 최소 1년 이상은 투자자금을 묶어놨던 과거와 달리 요즘 투자자들은 매일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담는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펀드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펀드가 주식 트레이딩과 같이 ‘단타 매매’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펀드 신화 깨져=장기펀드 신화의 몰락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발(發) 금융위기로 펀드시장은 풍비박산이 났다. 코스피지수가 900선까지 폭락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 났다. 이때의 기억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남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커지면서 리먼사태 이전보다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예전에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펀드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지금은 10%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도 코스피지수 2000선 부근에서 어김없이 펀드 환매 광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 2000선 부근에서 펀드자금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가고, 1900선 아래에선 자금이 유입되는 박스권 패턴이 반복된 것. 특히 지난 8~10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최장 기간 순매수 행진을 보일 당시 주식형펀드에서는 무려 6조원이 넘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다. 짧은 기간 펀드에 돈을 집어넣어 수익을 내고, 다시 빼는 단타 펀드투자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년 3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 개장으로 펀드 가입과 해지가 더욱 쉬워지면 이 같은 투자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펀드 슈퍼마켓이 출범하며 펀드 투자자들의 단타매매 기류에 편승,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의 눈맞춤용 펀드를 출시하면 전체 펀드시장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타매매 수익률 저조=그러나 매매회전율이 높은 펀드일수록 오히려 수익률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47개 자산운용사의 평균 펀드 매매회전율은 223.7%로 집계됐다. 이들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은 1.14%로 집계됐다. 매매회전율이 평균보다 높은 14개 운용사의 수익률은 0.64%로 전체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보다 낮았다. 반면 매매회전율이 평균보다 낮은 33개 운용사의 수익률은 1.35%를 기록했다.

매매회전율이란 주식형 펀드의 펀드매니저가 펀드 운용을 위해 주식을 사고판 횟수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100억원짜리 펀드의 매매회전율이 500%라면 이 펀드는 자산의 5배인 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판 셈인 것.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펀드가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도 많아진다. 이는 펀드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비용이 커진다는 의미다.

펀드는 투자자들에게서 판매수수료와 보수(운용, 판매, 수탁 등)를 받는 외에 이렇게 운용을 위한 증권거래비용으로도 투자자들의 돈을 지출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일반적인 펀드 선전지에 수수료와 보수 비율만을 표기하고 있을 뿐 증권거래비용은 따로 표기하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매회전율이 높다고 해서 수익률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다만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불필요한 주식 매매 수수료가 증가하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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