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비즈니스 골프의 정석

입력 2013-12-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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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는 직간접적으로 비즈니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상의 필요성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고 거래나 계약 성사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미국에선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타진하기 위한 기회로 골프 라운드가 권장된다. 우리나라에선 친선 라운드가 아닌 경우 미리 부탁하거나 거래 성사에 대한 보답 차원의 접대 성격이 강한 편이다. 동종 업종 또는 이 업종 간의 네트워크 확보 차원에서의 친선 모임도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업과 관련된 라운드가 많은 게 현실이다.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사나 행동거지 혹은 비즈니스 마인드나 윤리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라운드 기회를 갖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관련 라운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간단해보이면서 복잡 미묘하다. 갑이냐 을이냐, 핸디캡이 낮으냐 높으냐에 따라 스탠스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갑의 입장이라면 핸디캡이 낮든 높든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라운드할 수 있어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더라도 자기 실력대로, 핸디캡을 받고 플레이하면 된다. 기량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땐 당당히 지는 것이 상대방에게 신뢰를 심어준다. 룰을 철저하게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인다면 을의 입장인 상대방에게 거래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을의 입장이다. 을의 입장이면 골프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적당히 져주는 게 무난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착오다. 골프를 배운 지 1~2년만 되면 제대로 치는지 일부러 져주는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일부러 져주어 적당히 돈을 따게 하는 동반자를 호감을 갖고 받아들일 사람은 별로 없다.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을의 입장에서 갑은 길게 거래할 상대가 못된다.

상대방 코를 납작하게 만들 필요까지야 없지만 자신의 실력대로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갑의 입장인 동반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요즘엔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두고 “사업은 팽개치고 골프만 했느냐?”고 핀잔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업을 잘 하는 사람이 골프도 잘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골프 룰에 대해서 느슨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핸디캡은 높아도 원리원칙대로 플레이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멀리건이나 오케이의 남발은 금물이다. 적절할 때 아주 드물게 베푸는 멀리건이나 오케이는 고맙게 받아들여지지만 남발이 되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골프의 집중도를 떨어뜨려 라운드 자체를 망칠 수 있다.

상대방이 공정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보다 엄격하고 타이트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저 친구 골프하는 것 보니 사업도 제대로 철저하게 하겠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아무리 비즈니스 라운드라 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라운드는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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