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신품종 ‘헤이’와 저압포그노즐 활용 … 토마토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입력 2013-12-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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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26

서양 속담에 ‘토마토가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말이 있다. 토마토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표현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토마토의 뛰어난 맛과 영양에 주목했고, 이는 생산과 소비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재배농가와 연구진은 시장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품종 개발과 재배환경 개선에 몰두했다. 토마토 재배환경 개선은 노동력을 덜어주기 때문에 농가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본 ‘토마토 신품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현장접목 연구’ 사업은 농가의 소득원 개발과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친환경 재배기술 접목으로 지역 특품화 주산단지를 개발하고 재배환경 개선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장접목사업은 2012년 재배농가와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신품종 보급과 노동력 절감 시설 지원

현장접목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하나는 신품종의 보급과 품질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력을 절감시켜주는 시설 지원이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문두경 연구관은 “노동력을 절감하는 재배환경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토마토 신품종은 2010년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흑색토마토 ‘헤이’를 중심으로 보급됐다.

검붉은 색을 띄는 헤이는 기능성분인 리코펜과 베타카로틴 함량이 일반 붉은색 토마토보다 2배가량 많다. 친환경 재배농가에게 가장 골칫거리인 흰가루병에 강해 무농약재배가 가능한 품종이다. 무엇보다 종자 수입대체 효과가 커 농가의 생산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농가의 재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압포그노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저압포그노즐은 여름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한 약제방제, 엽면시비 등이 가능해 노동력을 최대한 낮춰준다. 토마토가 잘 자라고 착과율이 높아 품질향상에도 효과가 있다.

현장접목은 우수한 재배역량을 갖추고 일반 작물 대비 고소득 재배방법과 비용 절감을 시도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농가를 대상으로 삼았다. 헤이의 장점 중 하나는 재배방법이 비교적 쉬우면서도 생산량이 많다는 것이다. 저압포그노즐의 특징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농가에게는 새로운 재배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려는 관심과 자세가 요구됐다. 신품종의 빠른 확산을 위해 대상 농가를 중심으로 주산단지 조성도 추진했다.

▲고소득 작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신품종 헤이의 폭넓은 확산을 위해 토마토 주산지역인 전남 담양군 몽성영농조합법인에 우선 보급했다. 현장접목 농가에게는 신품종의 특징과 장점, 그리고 선도유지, 수확 관리와 같은 재배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해시켰다. 농가들은 고소득 작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새로운 기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전남 담양군의 전채우 농가는 농가들 사이에서 ‘헤이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재배 경험이 비교적 짧지만, 품종에 대한 확신과 성공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전채우 농가에게는 저압포그노즐도 지원됐다. 이전에 작물연구와 전기시설사업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전채우 농가는 “품종 자체가 추가적인 노동력 투입 없이 적어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산량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압포그노즐도 노동력 절감뿐만 아니라 균일한 환경조건을 유지해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광주시 현지농가에 저압포그노즐을 지원한 이후 기술교육, 현장평가회 등을 꾸준히 열었다. 현장에 적용된 저압포그노즐은 40~45℃를 넘는 여름철 하우스 내부의 온도를 3~5℃ 낮출 수 있다. 무인방제기를 사용하면 노동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데, 기존의 인력분무기 대비 71% 정도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축사, 버섯사, 육묘장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농가의 작업 및 시설원예 환경개선에 기여할 시설인 것이다. 2012년에 이 시설을 설치한 홍성복 농가는 “노동력 절감과 작업환경 개선에 획기적인 시설”이라며 “앞으로는 시설과 어울리는 신품종 재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목 기술 활용으로 현격한 성과를 거두다

농가들은 현장접목을 수행하면서 재배만큼 판매를 중요하게 여겼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판매에 있어 다른 경쟁농가와 비교해 한발 앞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품질의 신품종과 획기적인 시설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판매 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었다.

전채우 농가는 헤이의 혜택을 확실하게 본 경우다. 현장접목 첫해에 이어 2013년에도 출하가격이 kg당 3,000~3,500원으로 일반 농가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올렸다. 특히 생산된 헤이는 전량 수도권 대형마트에 계약 납품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담양과 강진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헤이를 ‘블랙마토’란 브랜드로 통일해 출하하고 있다. 이 지역 농가들은 브랜드 상승효과까지 얻고 있다.

홍성복 농가는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으로 재배된 싱싱한 토마토를 이른 아침에 재배해 비닐하우스에서 불과 5분 거리도 안 되는 직판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홍성복 씨는 “직판장에서 100% 판매돼 유통라인에 대한 걱정은 없다”며 “저압포그노즐 덕분에 노동력이 절감돼 친환경 토마토 재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 소득증대 기폭제

현장접목 농가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기술 덕분에 품질이 향상된 것은 물론 노동력이 절감되고 작업환경이 훨씬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많은 성과를 올렸다.

전채우 농가는 노동력을 더 투입하지 않았는데도 이전보다 나은 생산성을 얻었다. 오히려 재배투입 노동력이 50% 정도 수준으로 감소해 상당한 인건비 절감효과를 올렸다. 노동력 절감과 품질향상을 동시에 달성한 저압포그노즐의 경우, 약재 투입 시 시설을 활용해 4시간 작업분량이 1분으로 해결됐다. 전채우 농가는 기술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면 추가적인 노동력 절감과 소득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신품종 헤이는 일반 품종 대비 1.5~1.8배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반응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전채우 농가는 현장접목기술를 주변 농가에 보급해 전체 생산량 증가와 브랜드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 주변 농가들도 재고부담이 없고 시장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헤이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홍성복 농가는 저압포그노즐의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장접목 1차년도에 네 명이 하던 작업량을 한 명이 해도 될 정도였다. 노동력 절감효과를 품질향상에 집중해 생산성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상승했다. 시설 설치로 원활한 작업에서 판매량 증가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동안 노동력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홍성복<사진>농가는 저압포그노즐을 ‘굴러온 복덩이’로 여긴다.

▲신품종 헤이, 시장에서 한 차원 높은 위치 선정

어떤 분야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시스템의 중심축은 개발자와 생산자, 소비자다. 신품종 헤이는 중심축을 땅속 깊숙이 다져 놓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술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농가는 현장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소비자는 무게가 130g에 불과한 헤이에 매료돼 있다.

시스템의 중심에는 현장접목사업이 있다. 현장접목사업은 중심축을 서로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최근 헤이에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프리미엄급 시장과 병원식 제품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관심을 가져 공급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토마토보다 한 차원 높은 효능과 식감으로 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종자구매로 지출되는 연간 약 5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가는 헤이의 파급력과 부가가치를 확신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확대, 강화하고 나섰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모든 관계자들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접목사업이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기술과 시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지속적인 연구와 지도 필요하다. 지금보다 소득을 더 높이려면 세밀한 원가산정과 결과분석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직거래 회원관리 프로그램과 같은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 성장가능성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토마토 신품종 생산성 향상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문두경 연구관(051-602-2140)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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