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1조원 식탁을 지켜라 … 고추 비가림 재배

입력 2013-12-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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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25

400여 년 전 국내에 전래된 고추는 이제 우리 식생활에 가장 중요한 채소 중 하나가 되었다. 고추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생산량도 막대하다. 60만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1조 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쌀 다음으로 큰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추는 국제 경쟁력이 강한 작물이 아니다. 농가의 75% 이상이 0.1ha 정도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고, 육묘에서 수확, 건조, 선별까지 노동집약적인 수작업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재배 면적 감소와 기후 환경 변화로 생산량까지 감소해 건고추 자급률이 4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산 고추 수입(12만 톤 이상)으로 수급불균형을 맞추는 일도 있었다. 하루 빨리 품질저하, 수확량 감소 그리고 영세 농가의 소규모 재배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고품질 고추를 생산할 수 있는 종합기술을 농가에 보급해 고추 재배의 체계를 확립하고 소득증대를 이끌기 위해 본 연구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식탁과 농가를 살리는 방법... 고추 비가림 재배

고추 재배의 가장 큰 난적은 병충해이다. 고추는 병충해에 가장 취약한 작물이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가뭄과 장마가 강하게 발생하는 탓에 병충해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유기농 재배 농가에게는 타격이 더 크다.

본 연구사업을 주관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동금 연구관은 “병충해로 인한 품질 저하와 생산량 감소로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을 돕고, 저품질 중국산 고춧가루로부터 우리 식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추 비가림 재배가 필요하다”다며, “비가림 재배는 비를 가림으로써 병충해 발생을 억제하고 재배 초기부터 적정한 성장 환경을 만들어 고품질 고추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추 비가림 재배는 고추를 재배하는 밭이나 논에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고추를 재배하는 방법이다. 병충해를 방지하고 재배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서 생육 촉진과 수확량 확보가 가능하다. 고품질 고추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병해충을 통제할 수 있어 유기재배도 가능하다. 유기농 농산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도 맞추고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

▲가뭄 시 적정 습도 유지, 장마철 강우 차단

우리나라의 기상환경은 고추를 재배에 적합하지 못하다. 노지고추의 아주 심는 시기와 생육 초기인 5~6월은 가뭄으로 적정한 수분 확보가 곤란하고, 7~8월 집중 강우 시기에는 각종 병해와 생리장해가 다수 발생해 품질 저하는 물론이고 안정생산에 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비가림재배는 비가림 시설로 직접적인 강우를 차단하는 재배 방법이다. 토양의 유실과 각종 병원균의 감염을 막고 고추를 건전하게 생육시킴으로써 품질을 높이고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

국내의 고추 주생산지인 충북 괴산(안광진 농가), 충남 청양(장귀진 농가), 경북 영양(정구식 농가와 한상운 농가), 전북 임실 2개 농가 등 중부 세 개 지역 6개 농가에 비가림재배 시설과 기술이 됐다. 이들은 고추 재배 베테랑 농가들로 각자 노하우를 가지고 성공적인 재배를 해왔다.

기술은 농가마다 실정에 맞게 적용했다. 괴산의 안광진 농가와 청양의 장귀진 농가에는 비가림 시설을 이용한 유기농 논 재배 기술이 접목되었고, 영양의 두 농가에는 우산식 비가림재배 기술, 임실의 두 농가에는 비가림 재배 종합 기술이 접목됐다.

농가는 비가림재배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고추의 품질을 향상키시고 수확량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재배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광진 씨는 “고추 농사 경력 40년이라 남보다 좋은 고추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면서도 “기상이변으로 여름 내내 비가 오고, 높은 습도 때문에 병충해는 더욱 심해가는 걸 보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원이 필요했다”고 본 사업 참여 당시 소회를 밝혔다.

▲환기와 차광으로 병충해 방지, 생산성 증가

본 연구 사업은 병해충 방재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우선, 병해충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충망으로 막고 해충 포집기를 설치하여 해충의 침입을 막았다. 그리고 친환경재배를 위해 천적유지식물인 청보리, 호밀을 고추와 함께 심는 ‘고추 헛골 보리재배기술’을 적용했다. 천적을 자연적으로 발생시켜 진딧물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자란 청보리와 호밀은 나중에 갈아엎어 지력을 증진시키는 데 활용했다.

소형 터널 등 보온시설을 갖출 경우 아주 심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소형 터널은 초기 단계에서 고추의 생육 촉진에 도움이 됐다. 정식기의 지온과 야간의 적정 기온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여름철 고온기에는 착과 불량과 석회 결핍 등 생리 장해가 우려되므로 환기와 차광 등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습도가 높아 발생하는 흰가루병을 예방하기 위해 강제 환기로 습도를 낮추었고 연작 장해를 억제하기 위해 토양 소독에 온힘을 기울였다.

▲병충해 100% 방제, 노지보다 2배 수확

비가림재배의 작부체계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1월경에 파종, 육묘를 시작하고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 사이에 무가온으로 아주 심기를 하여 풋고추 또는 홍고추, 건과용 고추를 생산해내는 작형을 가지고 있다.

비가림재배 결과 적당한 기온과 지온 유지가 쉽고 늦서리의 장해도 피할 수 있다. 비가림재배를 진행하면서 초기 생육이 촉진되고 첫 수확시기가 노지 조숙재배보다 빨라졌다. 생육 후기 에는 첫 서리의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마지막 수확시기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수확량을 확대가 가능했다.

본 연구에 참여한 농가는 병충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여름철에 수시로 환기와 차광 기술을 적용해 병충해를 근절시키는데 성공했고, 생산성도 크게 향상시켰다. 평균 비가림재배를 진행한 경우 수확량이 3.3㎡당 평균 5근(1근=600g)으로 노지재배(3.3㎡당 평균 2근)에 비해 2배 이상 되었다. 여름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차광을 할 경우 기온이 외부에 비해 3~4℃, 차광을 하지 않은 하우스에 비해 10℃ 이상 낮아 어름철 개화가 잘되었다.

한 청양의 장귀진 농가 등은 “여름철 차광은 생산성도 향상시켜주지만, 노동 환경을 쾌적하게 해준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라며 “하우스 재배는 모두 차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괴산 농업경영체 안광진 씨 역시 “태풍이 불고 한여름 기온이 40도가 넘어가는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치기도 했지만, 기술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 극복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국산 고추의 시대

본 연구 사업을 통해 현장에 접목된 기술은 비가림 시설을 이용한 유기농 논 재배다. 고추비가림재배는 수시로 차광과 환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적기에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육과 품질, 수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성과는 명백하다. 해충이 진입할 통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병충해 100% 방제가 가능하고, 강수로 인한 토양과 퇴비의 손실도 없다. 생산성이 증가하고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충북 괴산 안광진 농가는 “비가림으로 재배한 유기농 고추는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일반 고추의 3배 가격에 전량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의 정구식 농가와 한상운 농가에 적용된 기술은 많은 시설이나 인력 투입이 필요 없는 우산식 비가림 재배기술이었다. 하우스식 비가림 재배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기술이었지만 내병성 품종 선택, 유기질 비료 사용으로 전년보다 훨씬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었다.

고추 비가림재배는 하우스 시설비 투자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재배방법이다. 충북 청양의 장귀진 농가는 “빠르면 1년, 적어도 2년 안에 하우스 설비에 들어간 비용은 거두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고추재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추 비가림 재배 생산 종합수익모델에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동금 연구사(031-240-3636)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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