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논에서 자라는 고소득 작물 이야기 …논 농업 작부체계

입력 2013-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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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5

농촌진흥청은 작부체계의 의미를 ‘작물의 종류별 재배순서’라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밭작물 작부체계는 ‘밀/보리(동冬작물)-콩/수수(하夏작물)’ 순서이다. 터를 놀리지 않고 계속 곡물을 재배하는 게 농업인의 본래 자세인데, 결국 작부체계는 기상조건과 지력유지에 적합하도록 작물재배순서를 정하는 재배체계를 뜻한다 하겠다.

주로 벼에 의존하는 논은 밭에 비해 복잡하다. 벼 생육 기간이 길어서, 벼를 재배하고 나서 다른 작물을 심는 게 쉽지 않다. 쌀 수입량이 늘어나고 소비량은 감소하는 추세도 농가에겐 부담이다. 논을 이용한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한 시점에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해 쌀 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등장했다. 이것이 논 농업 다양한 작부체계 개발과 현장접목사업이 추진된 배경이다.

▲지역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작부체계

국립식량과학원은 작부체계 기술 확립, 노동력 및 생산비 절감, 경지이용률 향상 등을 기대성과로 설정했고, 최종적으로는 농가의 수익증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최대한 농가의 입장에서 필요한 작부체계를 수립을 위한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전국을 크게 세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 특성과 재배 환경에 맞춰 세부적인 작부체계를 마련했다.

중부지역은 농산물 판매처가 인접해 있는 이점을 감안해 재배 즉시 판매가 가능한 감자와 콩을 도입했다.

호남지역은 지역 고소득 작물인 마늘과 콩을 작부체계에 편입했다.

영남지역은 특산단지가 잘 이루어진 농가를 중심으로 밀과 콩의 작부체계를 확정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서종호 연구사는 “농가의 의견과 경험을 폭넓게 수용하려고 했다”며 “농가의 의지와 기술습득이 성공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적합작물 도입으로 농지활용도를 높여라

국립식량과학원과 지역 농업기술원 연구진은 작부체계 완성을 위해 지역별 적합 작물을 도입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도입과 단지조성을 이끌어내 소득증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중부지역 현장접목은 감자품종 ‘수미’를 산광최아(씨감자를 해가 들어오는 따뜻한 창고나 비닐하우스에서 싹 틔우는 것)로 조기 직파하는 방법을 적용시켰다. 6월 상순에 수확하는 감자에 이어 대풍, 연풍, 대원, 만풍 등 콩 품종을 6월 중하순에 파종해 10월 하순에 수확하는 일정을 잡았다.

호남지역은 벼 재배 단지에서 논콩과 마늘의 이모작 재배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밭작물 재배 경험을 살려 10월 상순 마늘 파종, 이듬해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에 수확 후 6월 하순에 연풍, 황금올, 한올 등 콩 품종을 파종했다.

영남지역은 그동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맥주보리 재배 대신 밀로 작목전환 기회를 삼았다. 밀은 11월 상순에 파종해 이듬해 6월 상순에 수확하고, 콩은 6월 하순에 파종해 10월 초·중순 수확하는 태광, 우람, 대원을 주력 품종으로 작부체계를 적용시켰다.

서종호 연구사는 “작물의 파종이나 수확 시기 때 현장에 나가 농가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농가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공을 향한 열정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방문으로 혹시 겪어야 할지 모르는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지역별 특산단지 조성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역별 특산단지 조성을 주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생산성을 높여 농가의 소득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특산단지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장접목에 참여한 농가들은 특산단지 조성에 적극 동참했다. 현장접목을 계기로 단지를 조성하거나 기존 단지에서 작부체계를 전환하기도 했다. 특산단지를 구성한 농가 사이에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을 표준화할 수 있는 효과도 올릴 수 있었다.

중부지역 오창환(경기 안성) 농가는 주변 농가들과 함께 핵심기술인 멀칭, 재식거리 조정, 농기계 도입에 의한 생력화 등을 현장에 적용시켰다. 상당 기간 숙련이 요구되는 기술이지만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많아서 짧은 시간에 받아들였다.

호남지역 이명규(전북 부안) 농가는 역시 주변 농가와 함께 수년 동안 흰쌀보리 채종포(종자를 채취할 목적으로 한 재배지)를 운영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작부체계 현장접목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영남지역 최화남 농가는 콩 파종 비닐 피복기, 콩 수확 전용 콤바인 구입 등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 역시 “작부체계 변화에 관심이 많은 20여 농가들이 단지를 조성해 서로 기술을 익혀나가다 보니 사업에 힘이 실렸다”고 말했다.

▲작부체계, 2차 년도부터 자리 잡다!

현장접목 1차년도인 2012년 일부 농가들은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혔다. 며칠째 이어진 장대비로 작물을 제때 파종하지 못해 피해를 본 농가가 있는가 하면, 수확을 마친 뒤 마땅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고생한 농가도 있었다. 새로운 작부체계에 따라 심은 작물의 작황이 저조해 고개를 떨군 농가도 있었다. 재배기술이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고, 다양한 재배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2012년에는 태풍까지 겹쳐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2차년도인 2013년부터는 현장 상황이 호전됐다. 대부분 전해에 비해 수확이 크게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참여농가와 지역 농업기술원과의 상설 교육으로 재배기술의 내실을 다진 게 큰 힘이 되었다.

전남 부안 이명규 농가는 특산단지 참여농가와 협의해 수확 전 지역농협과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경남 사천 최화남 농가는 재배매뉴얼 준수, 적극적인 교육 참여 및 선진현장 견학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그는 “처음부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다. 첫해 고생이 이듬해 소중한 경험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작부체계의 완성은 ‘저비용 고효율’

현장접목이 시행되기 전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콩과 고소득 작물을 결합한 작부체계를 농가현장에 시험한 결과, 벼 단작재배보다 2배에 가까운 농가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접목 농가들은 부문별로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2차년도인 2013년에 현장접목 재배 면적을 확대한 최화남 농가는 소득이 계속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산단지를 확대한 이명규 농가는 노동력 절감과 생산량 증대가 기대된다. 특히 지역 유통업체와 연계한 판매망 확보 성과로 한층 힘이 실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다. 재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작물을 재배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주변에 더 많은 농가를 참여시켜 파급효과를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논농사 작부체계 현장접목사업은 기존 농가가 널리 활용할 만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현장적용 기술을 잘 활용하면 노동력은 감소하고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그동안 쌓은 재배 경험을 십분 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농가는 해가 거듭될수록 재배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본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작부체계의 변화를 통해 논 농업의 내실화를 꿈꾸고 있다.

논농업 다양화 작부체계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서종호 연구사(031-290-6763)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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