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 판로는 문제없다 … 쌀 가공 원료곡 생산

입력 2013-12-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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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3

국산 쌀을 이용한 가공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쌀 특성화 정책에 따라 꾸준히 특화된 쌀가공 원료곡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농가의 소득증대는 쌀 가공업체의 생산원가를 절감시키고 품질을 높임으로써 쌀 소비확대와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쌀가공 원료곡은 막걸리, 떡, 과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쌀 시장에서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쌀 가공 원료곡 품질향상을 위한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맞춤형 사업이다. 국내산 품종을 농가에 보급해 주산단지를 조성하고, 고품질 원료곡 생산과 원가상승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농가소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막걸리, 떡, 과자로 변신, 쌀 소비 확대 프로젝트

애초에 쌀 가공 원료곡으로 개발된 ‘보람찬’은 가공적성이 좋아 제품의 풀질향상에 제격인 쌀 품종이다. 다른 고품질 벼보다 수량성이 10a당 733kg으로 많고 병해에도 강한 다수성 품종으로 원가절감 효과도 크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주력 원료곡 품종을 ‘보람찬’으로 결정하고 쌀 재배 주산단지를 이끌고 있는 농가에 보급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농가는 기존에 원료곡을 생산한 경험이 있고, 지역 가공업체와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는 농가들이었다. 재배 기술을 빨리 습득하고, 주변 농가에게 최대한 많이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본 연구사업에는 높은 수준의 재배 기술이나 특별한 노하우가 요구되지 않았다.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아도 제공 매뉴얼을 환경에 맞게 적용하면 높은 생산량을 얻을 수 있다. 다년간 연구를 통해 생산성 향상에 최적화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가공용 쌀 재배 매뉴얼과 활용법, 병충해 방지, 물 관리, 증식단지 조성방법 등 구체적이고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놓았다. 정재운 본 연구 사업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다수확 고품질의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소득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가공업체는 고품질 원료곡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원료곡은 지역특산품과 연계돼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원료곡 쌀 품종 ‘보람찬’으로 승부를 걸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원활하고 포괄적인 현장접목을 위해 전국 1백 곳이 넘는 농가들에게 쌀 품종 ‘보람찬’과 재배기술을 보급했다. 현장접목 농가 중 3곳은 대표성을 띠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포금쌀연구회’ 가공미단지 대표 기원종 농가(경기 김포)에게는 ‘막걸리 원료곡 주산단지 조성 기술’이 보급됐다. 경기도 막걸리 생산은 매년 증가해 전국 생산량의 15%, 수출량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평의 막걸리 가공업체와 판매계약을 맺고 있고 생산에 들어갔다.

전남 곡성의 최점철 농가에게는 ‘발아현미 원료곡 생산단지조성과 산업화기술’이 보급되었다. 그는 유기농 및 무농약 벼를 재배하는 농가 20곳으로 구성된 ‘마전단지’를 이끌고 있고, 지역 가공업체와 유통계약을 맺고 있어 본 연구 사업을 진행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남 영광의 박용수 농가에게는 지역 특산물인 ‘모싯잎송편 원료곡 생산단지조성 기술’이 보급되었다. 무농약 인증을 받은 ‘덕신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모싯잎송편 영농조합법인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연구진은 농가들에게 품종과 재배기술만 제공한 것이 아니다. 농가와 가공업체 사이에서 수확한 쌀의 판매가를 조율해주었다. 본 연구사업이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판매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연구원과 농가, 열정과 끈기로 수확량 문제 해결

대상 농가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지역 농업기술원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2012년 봄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현장접목 1년 차인 2012년에는 부침이 심했다. 전남지역 한 농가는 매뉴얼에 정해진 적정 재식밀도보다 촘촘하게 심은 게 문제였다. 그 결과 수확량이 당초 예상을 밑돌았다. 그해 8월 전국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 피해도 적잖았다. 그나마 ‘보람찬’ 품종이 쓰러짐과 병충해에 강해 다른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지역 농업기술원은 현장접목 2년 차인 2013년에 기술교육과 현장지도를 강화했다. 1차 년도에 경험한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농업기술센터는 단지 조성 및 관리, 우량종자 확보, 전용 사이로 건립(?) 등 각 생산단계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남 영광의 박용수 농가는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벼는 다른 품목에 비해 수확주기가 긴 편입니다. 한 번 잘못 판단하면 피해가 커집니다. 신품종을 재배하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농업기술원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재배기술을 하나씩 익히고 나니 수익증대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고품질 원료곡 생산, 벼농사의 확실한 수익모델

본 연구 사업은 연구진과 농가들의 노력으로 조기에 정착되었고 농가 수익으로 직결됐다. ‘보람찬’ 재배 결과 평균 20% 이상 생산량이 증가했다. 수량성이 높은 품종 보급과 접목기술을 잘 활용한 결과였다. 특히, 정식시기가 일반 벼보다 빠른 ‘발아현미 원료곡 생산’을 진행한 최점철 농가는 유기재배 생산기술 노하우가 축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주산단지를 이뤄 얻은 노동력 절감효과는 수익성을 높이는데 윤활유 역할을 했다. 노동력 절감효과는 단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20~30% 정도에 이른다. 농가에서는 노하우가 쌓이면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공용 원료곡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고품질의 가공용 쌀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특산물과 연계되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매우 현실적인 계획이다.

기원종 농가는 여러 품종을 재배하면서 다수성 벼 육성으로 보람찬을 주력 생산품종으로 전환 중이다. 최점철 농가는 단기적으로 가공업체와의 지속적인 계약재배 유지를,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단지확대 준비 작업을 마쳤다. 박용수 농가는 협상능력 배양을 단기적 목표로, 안정적인 수확량 확보를 장기적 목표로 각각 선정했다.

▲누렇게 익은 원료곡, 농가의 희망과 미래

기원종 농가가 이끌고 있는 김포금쌀연구회는 2013년 3월 중요한 협약을 체결했다. (주)우리술과 막걸리 가공용 보람찬 계약재배 협약을 체결해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김포금쌀연구회는 한 해 동안 (주)우리술에 원료곡 320톤을 공급한다. 농가와 막걸리 제조업체 간 상생모델로 주목받은 이 협약으로,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향상을, 제조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의 원료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전남 곡성군 발아현미 원료곡 재배농가들은 2013년 6월 가공업체와 계약재배 협약을 맺었다. 재배농가와 가공업체 사이에서 협약을 이끌어낸 농업기술센터는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모델 구축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번 협약으로 곡성군의 국내 최대 발아현미 재배단지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남 영광군 모싯잎송편 원료곡 재배 농가들은 2011년부터 3년째 지역 가공업체와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013년에는 보람찬 조성단지 2곳에서 생산한 450톤을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모싯잎송편영농조합법인에 전량 출하했다. 영광군의 모싯잎송편은 품종, 재배, 가공, 유통의 조화로운 운용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농가들은 현장접목 당시 가졌던 기대감을 2년여 뒤 실제 수익성과 한 차원 높은 성장가능성으로 바꿔 놓았다. 가을 들녘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원료곡을 보면서 희망과 미래를 발견한 것이다.

* 쌀가공 원료곡 품질향상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경기도농업기술원 정재운 연구관(031-229-5781)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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