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낙타는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발간
경찰과 시.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벌써 3번째 시집을 발간해 온 중견작가 경찰관이 있다.
주인공은 전북지방경찰청 진안경찰서 소속 박철영(57) 경감이다.
박 경감은 올해로 세 번째 시집인 ‘낙타는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를 발표한 중견작가다.
그는 지난 1994년 허형만 목포대 교수의 추천을 받아 시 ‘팔복동 참새’로 ‘우리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박 경감은 “1980년 경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무언가 나 자신이 좋아하고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문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1999년 ‘불황시대’, 2004년 ‘아름다운 감옥’ 등 시집을 연달아 발표했다.
문단에서는 그가 경찰이라는 직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에 호평을 하고 있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에 대해 “찬바람 불고 춥기만 한 세상이지만 징징대거나 투덜대지 않고 해학과 건강한 관능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가 내놓은 시집들 역시 그런 그의 시각에 시대상이 투영돼 있다.
박 경감은 “1999년 발표한 ‘불황시대’는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자살, 범죄 등 암울한 현실을 경찰의 시각으로 풀어냈다”며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출간한 시집은 33년 경찰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담았다”면서 “최근 일어나는 흉악한 범죄들과 팍팍한 현대인의 삶, 물질적인 풍요는 있지만 여전히 궁핍하고 부족감을 느끼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낙타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앞으로 남은 2년 6개월의 공직 생활 동안 시집을 한 권 더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시인은 따뜻한 가슴으로 안부를 묻고 전하는 세월의 전도사이고 경찰도 주민들에게 열린 가슴으로 늘 안부를 묻고 살피듯 시인이나 경찰은 어느 면에서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은퇴 이후에는 경찰복을 벗고 느끼는 새로운 감회를 시로 남기고 시인으로서 여생을 살아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