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행산업 규제 의지 실종?…복권·경마 전자카드제 도입 ‘난항’

입력 2013-11-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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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복권, 경마, 경정 등 사행산업 규제를 위해 추진 중인 전자카드제 제도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주무부처는 수익감소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감독기관은 실질적인 규제 권한이 약해 전면 도입과 정착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됐다.

27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전자카드제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자카드는 카지노 등 사행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전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카드에 일정금액을 충전한 뒤 게임장에서 다시 칩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복권은 2011~2012년 연속 판매액이 매출한도를 1000억원 이상씩 초과한 바 있다. 그러나 복권의 현금구입이 금지되는 전자카드제도가 도입되면 1인당 구매금액이 조절되고 스스로 구매기록을 조회할 수 있어 사행성 논란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실제 지난해 8월 전자카드제를 전면 도입한 국민체육진흥공단 동대문 경륜 장외발매소는 작년과 올해 동일 회차 매출액이 최대 11억3000만원(68.4%)까지 줄었다.

이에 대해 정착 규제권한이 있는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발주하긴 했지만 전자카드 전면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국의 복권판매점에 전자카드 식별장치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건 경제성(B/C)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전자카드 도입의 효과를 분석해보고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8년 발표한 ‘제1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복권과 외국인 카지노를 제외한 모든 사행산업에 전자카드를 도입하도록 권고해 일부 시행 중에 있다. 또 내년에 나올 향후 5년간적용될 2차 종합계획에 복권으로 확대 등 전자카드제 전면도입, 장외발매소 및 교차투표율 축소 등을 담는 방안이 현재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복권 뿐만 아니라 경마·경륜 등에 대한 전자카드제 전면 도입 역시 문화관광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소관부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경마 수익은 축산발전기금과 농식품부 장관이 쓸수 있는 특별적립금으로 적립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금은 예산 심의 대상도 아니어서 실제 부처의 쌈짓돈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단체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경마장이 있는 부산·경남·경북·경기·제주 등 5개 시·도 지사는 지난달 말 공동 건의문을 통해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불법 도박을 비롯한 지하경제만 커지게 될 것이며 지방세수가 감소해 지방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전자카드 재검토와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농축산 관련 단체 역시 사감위의 경마산업 규제가 축산발전기금과 농어촌 복지사업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같은 반발 기류를 감안할 때 사행산업 건전발전 2차 종합계획안은 3기 사감위가 정식 출범한 후 전체 회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지만 제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더욱 문제는 사감위의 독립성과 감독권한마저 미약하다는 점이다. 사행위 사무처는 소속 공무원을 대부분 사행산업 소관부처로부터 파견 받고 있으며 위원의 경우 소관부처의 위원 추천권으로 인해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유성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 사업평가관은 “사행산업사업자가 규제를 어기더라도 ‘권고’ 조치 이외에는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규제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라고 “사감위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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