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방선거의 상징인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기필코 탈환하겠다는 새누리당과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는 민주당 사이의 신경전은 이미 선거의 막이 올랐음을 증명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끌 신당까지 가세하면 싸움은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사실 각 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천경쟁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집안싸움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본선보다 더 잔인하고 치열하다.
서울시장 공천 경쟁만 봐도 그렇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을 거친다고는 해도 대통령의 의중이 한쪽 주자에 쏠리면 이변이 없는 한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청와대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호남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낙점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공천을 노리던 다른 주자들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김 전 총리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고, 그의 뒤를 캐는 사람도 많아졌다. 다른 주자들끼리도 서로를 할퀴고 깎아 내리기 일쑤다.
민주당에선 박원순 시장의 반대세력을 중심으로 박 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다. 박 시장 측에선 이에 대한 반박과 가시화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 후보를 밀어내기 위한 명분과 논리를 퍼뜨리는 데 한창이다.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이 가관이다.
전북의 한 지역에선 최근 후보로 나설 주자들의 부인들끼리 머리채를 잡는 웃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 단체장 선거에 나설 한 지역당 간부의 부인이 현직 단체장을 흠집 내기 위해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니다 단체장 부인의 귀에 들어가면서 길거리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양측 모두 전치 2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기초단위 지역에선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 공천신청 최소 자격조건으로 ‘신규 당원 5000명 확보’를 내 건 곳도 발견됐다.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를 밀어주기 위해 새로운 룰까지 만든 것이다. 일반인은 당원 5000명을 가입시키는 게 어렵지만 수년간 터를 닦아 놓은 전직 의원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의도에선 지금도 공천에 영향력이 큰 국회의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뻔질나게 의원회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방조하고 오히려 조장하기까지 하는 권력자들도 남들이 보기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굴욕감과 세간의 비난을 감수할 정도로 권력은 그렇게 달콤한 걸까. 굶주린 하이에나들의 먹이다툼과 같은 공천경쟁, 그리고 줄 세우기는 선거 때면 흔한 광경이지만 언제 봐도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왜 나오는지 이 사람들만 모르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