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효주(31)는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조형사 역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뒤늦은 인기는 연말 연기대상에서 데뷔 10년차에 뉴스타상 수상이라는 기분 좋은 해프닝도 남겼다.
그런 그녀가 영화 ‘더 파이브’로 주목받고 있다. 극중 은아(김선아)의 조력자인 자원봉사자 혜진 역으로 분한 박효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연기 참 잘한다.”
‘더 파이브’ 홍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효주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이번 영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연자 각각의 애정이 짙은 영화이다. 최선을 다해 찍었다. 감정적으로 다들 외로운 역할이어서 그런지 현장에서 항상 반가워했다. 그 어떤 현장보다 따뜻하고 치열했다. 영화 크레딧 보며 운 건 처음이었다. 관객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오랜만에 좋은 한국영화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효주는 ‘더 파이브’의 시나리오를 보고 30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극중 혜진은 민낯에 못생긴 뿔테 안경을 쓰고 뽀글이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못생기게 나왔다”는 말에 박효주는 “예쁘지 않았나?”라며 반문한다.
“원작인 웹툰에서는 너무 못생겨서 걱정했는데 다른 여자 캐릭터도 모두 못생겨서 안심을 했다(웃음). 그런 외적인 두려움보다 캐릭터에 대한 반가움이 더 컸다.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결국 살인을 하고, 유방암에 걸려 힘들게 지내는 회색빛 공기 속에서 혜진은 안 해봤던 파마도 해보고 밝은 옷도 입는다. 촌스럽지만 여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박효주는 혜진을 통해 “나와 닮은 점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생각, 외로움, 아픔 등은 혜진 뿐만 아니라 박효주의 인생에서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살인, 암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오롯이 혜진의 몫이었다.
“극중 혜진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의지했던 것은 그녀의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남편을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그 분노가 없어지진 않았고, 그러다보니 암까지 걸렸다. 마지막에 찾아간 곳이 교회였다. 혜진이 유일하게 가장 큰 위안이자 안식처로 느낀 곳이다. 봉사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 받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혜진을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김선아는 박효주의 가장 큰 동반자였다. 어쩌면 ‘더 파이브’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혜진에게 있었다. 이 어려운 과제를 표현하기 위해 김선아와 박효주는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동안 남자 선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난 몰랐는데 여자 연기자와의 호흡을 어색해했다. 김선아와도 처음에 서먹해서 서로 웃기만 했다. 결국 역할들이 우리를 친하게 만들어줬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김선아라는 여배우의 길을 따라가고 싶었다. 저렇게 편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나중엔 내가 장문의 편지를 썼다.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그만큼 김선아는 정이 많고 사람을 잘 챙긴다.”
‘더 파이브’로 미련 없이 연기를 펼쳐 보인 박효주는 1982년생, 올해 만 31살이다. 여배우에게 서른이란 나이는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박효주는 오히려 ‘30대 여배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한다. 나이에 대한 그녀의 철학도 참 박효주답다.
“20대에 오는 역할들이 정서상 나와 잘 안 맞았다. 또 그런 것들을 이겨내기에 연기 내공도 약했다. 너무 숨 가빴다. 30대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여백이 늘 부러웠다. 항상 30대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건 없다. 지독하고 치열하게 지냈다.”
‘더 파이브’는 눈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잔인하게 잃은 여자 은아(김선아)와 그녀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은밀하게 결성된 조직이 펼치는 복수극을 그려낸 영화다. 웹툰의 원작자인 정연식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절찬 상영 중,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