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지적 수요 회복, 집값 소폭 상승” vs “부동산법 통과돼도 효과는 제한적”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도 '긍정론'과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큰 폭의 주택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부동산 경기는 국지적으로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만 집값은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취득세 영구인하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시장 활성화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을 발표하며 수도권 집값이 내년 1% 내외의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견조한 상승세는 아니며 대내외적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허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서울 중심으로 수요 회복과 공급 조정이 이뤄져 1% 안팎의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존재한다"며 "수도권 외곽지역은 수요 위축, 미분양 적체, 소비자 금융 부실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집중적인 공급이 이뤄진 지방은 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순환주기상 수도권은 확장 국면에 들어서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지방은 지난 2년간 공급과잉으로 수축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내년 전체 주택 준공물량은 올해보다 2만가구 늘어난 40만가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아파트 준공 물량은 수도권 11만가구, 지방 15만가구로 올해보다 각각 2만가구, 4만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준공물량 증가에도 분양물량은 인·허가 감소, 지방시장 둔화, 지방 주택시장의 더딘 회복세 등으로 올해(26만가구)보다 소폭 감소한 25만가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8·28대책 이후 수도권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지만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집값 불안심리가 여전하고 임대수익과 향후 매각수익에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허 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과거처럼 정책 하나 발표된다고 해서 바로 반응이 오는 시장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순기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최근의 거래량 증가 등 부동산시장 성과는 인위적인 정부 부양정책 덕분이며 자생적으로 주택수요가 증가할지는 의문"이라며 "분양가상한제, 양도세 중과, 개발이익환수제, 리모델링 등의 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초 거래절벽 등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시장의 평가도 비슷하다. 공인중개사 10명 중 6명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114가 전국 공인중개사 110명을 대상으로 '올 4분기 주택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은 4분기 주택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4분기 주택시장이 반짝 상승 또는 회복할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47.3%에 그친 반면 52.7%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4분기에도 별다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2014년에도 장기 침체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변이 35.5%에 달했다.
'4분기 반짝 상승에 그치고 2014년에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도 27.3%를 기록했다. 즉 공인중개사 62.8%는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이유에 대해선 '부동산 경기와 대외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39.7%, '정부의 핵심법안에 대한 입법지연'이 39.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4·1대책과 8·28대책의 후속 법안 진행이 늦어지면서 중개 현장에서 바라보는 내년 부동산 경기는 부정적인 모습"이라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법안이 뒤늦게 통과되더라도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로 재편된 시장에 건전한 투자수요가 들어와야 시장 반등을 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성장, 양극화, 고령화, 임대차시장 변화, 노후주택 증가 등 주택시장 구조 자체가 변화된 상황에서 투자수요의 유입 없이는 전체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2005년 이후 실질적 주택투자액의 연간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하며 향후 실물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주택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1가구1주택 주의로 대표되는 수요억제 정책을 폐기하고 건전한 투자수요를 진작해야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