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폐기의혹 재판… '무단파기' 여부가 관건

입력 2013-11-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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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서 시작된 '사초(史草) 폐기' 공방이 법원으로 넘어가면서 회의록 무단파기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사건은 원래 형사단독 판사가 맡는다. 그러나 15일 공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법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합의부인 형사30부(설범식 부장판사)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무단 파기' 혐의를 적용했다.

관련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하거나 손상 또는 멸실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최대 쟁점은 원래 '이지원시스템'에 있던 회의록 파일을 없앤 행위를 '무단 파기'로 볼 수 있는지다.

검찰은 이 파일이 대통령 결재를 마치고 대통령기록물로서 완성된 회의록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은 "삭제된 회의록과 유출된 회의록 가운데 어느 쪽이 사료로서의 가치가 더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른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 수정 전후 회의록이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보존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삭제 작업을 위해 이지원시스템 개발업체가 만들어준 매뉴얼을 동원한 점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회의록이 초본이라 원래 이관대상이 아니어서 삭제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단 파기의 '고의성'을 검찰이 어떻게 입증할지, 노 전대통령의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 등이 관심이다.

백 전 실장 등은 재판에서 회의록을 일부러 감추거나 없애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정부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파일 삭제와 문건 파쇄 등이 모두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도 진술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삭제 지시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상관의 직무상 지시라도 위법·불법이면 이행할 의무가 없고 위법한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 재판 과정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양형에 있어서 정상참작 요인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의 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없는 점도 변수다. 법원이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백 전 실장 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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