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서울시정 2년]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명암’

입력 2013-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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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의 덫’ 걸린 정규직 전환자•감정노동 직업군 뽑힌 다산콜센터 등 문제 많아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원하는 서울시의 직접고용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은 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희망연대노조 회원이 서울시청 앞에서 다산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2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할 당시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해결할 목표로 삼았다.

또한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했고 고졸 채용을 비롯한 청년과 장년층, 노년층, 여성 및 노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 창출 방안도 강구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취임한 지 2주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돌아볼 때 일자리 관련 정책이 서울시가 밝힌 것처럼 원활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 정규직 전환 ‘빛과 그림자’ = 박 시장은 2011년 11월 4일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2800여명에 대해 단계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듬해 3월엔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도 발표했다.

같은해 4월 시는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대상을 1133명으로 확정했다. 그해 5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서울시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시 본청·사업소 325명, 투자·출연기관 808명 등 최종 1133명 확정한 것이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한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시 차원에서도 예산을 줄이게 됐다”면서 “이는 외부 용역업체의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던 관련업체 수수료 등 중간비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라고 정규직 전환에 대해 자평한 바 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서울시 산하기관 정규직 전환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다시 돌려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서울시 관련기관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가 최근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일에 제약을 받게 됐다. 시가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정년을 65세로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60대 후반인 A씨는 직업을 잃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최근 기업체들이 청소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년을 두고 있지 않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시 관련 기관에서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50대 B씨도 아직 정년 나이에는 멀었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정년 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관련 노동자들과 협상을 하겠지만 기본 원칙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다산콜센터 직원 처우개선 ‘아직’ = 서울시는 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실행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다산콜센터 직원들의 처우 개선은 아직 멀었다.

서울시의 직접고용을 비롯해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온 서울시 다산콜센터 노조와 위탁업체 간 협상이 지난 9월 2일 타결됐다.

양측은 △기본급 3% 인상과 기존 조정수당 보전 △추석 상여금 5만원 인상 △노조 간부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 △노조 운영위원회 활동시간 일부 유급 인정 등에 합의했다.

앞서 노조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및 서울시의 직접 고용 등을 요구,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상담원들은 효성ITX, ktcs, MPC 등 3개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있다.

시는 다산콜센터 직원 직접 고용 문제에 대해선 올해 10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달을 넘긴 지금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 상황에서 지난달 다산콜센터 직원의 노동 실태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산콜센터 직원은 하루 종일 손님을 대면해야 하는 백화점 직원이나 카지노 딜러 수준의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22일 개최된 ‘콜센터 노동인권보장’ 정책토론회에서 ‘일할 때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짓느냐’는 질문에 다산콜센터 직원의 73%가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장 감정노동 강도가 심한 직업군으로 꼽히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8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결과여서 해당 근로자들에 대한 시의 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연령별 채용 관련 행사 실효성 의문 = 서울시는 다양한 계층에 대한 일자리 박람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행사 취지와는 달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 및 채용 박람회는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 목표이지만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가 올해 처음 개최한 ‘시니어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전시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버부머를 대상으로 준비했지만 ‘고용’은 뒷전인 채 문화 프로그램으로만 구성, 실효성 문제와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행사 관계자는 “올해는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공감대 형성 차원에서 행사가 준비됐다”면서 “취업 관련 행사는 내년부터 본격 도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작 일자리가 필요한 베이비부머를 위한 행사에 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이번 행사는 그저 전시행정으로 그친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재취업이 필요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여성, 청소년, 청년 등에 대한 일자리 창출 계획 및 행사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이달 초 은평구서 열린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등에서 ‘2013 서울시 청년허브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 서울 여성공예창업대전이 개최돼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시는 또 오는 12월 3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현장 공직 채용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앞서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서울시 7∼9급 공채시험을 담당하는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고졸 인재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 측은 고졸 채용이 한때 붐이 일었던 때만큼 큰 호응도가 없어 행사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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