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컴 단독] 모델 이혜정, 농구선수가 모델되기까지 "'예체능'으로 9년 만에 농구공 잡았어요~" (인터뷰)

입력 2013-11-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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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농구를 그만두고 모델 일을 시작할 때 운동근육을 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치마, 하이힐, 메이크업 모든 낯설었지만 발가락에 피가 나도록 하이힐(10cm)을 신고 다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았고, 모델이 너무 되고 싶었다.”

농구선수 출신 모델 이혜정이 요즘 농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지난 10월 ‘우리동네 예체능’ 농구편에 합류해 안정된 자세로 능숙한 드리블을 하는 것은 물론 레이업슛에 있어서도 가뿐한 몸놀림으로 성공시키며 선수출신다운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했다. 그는 역시 ‘농구 선수 출신은 다르다’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모델 이혜정은 KBS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하면서 또 한 번 자신의 독특한 이력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예체능’팀 의 홍일점 이혜정이 농구선수에서 유명모델이 되기까지 어떤 경험과 과정을 거쳤을까.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그는 어릴 때 여자농구 유망주였다. ‘농구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는 약 20년 동안 농구밖에 모르고 살았다.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19세에 프로팀에 입단했다.

“당시 전국 여자 고교농구팀에서 20명 정도만 프로팀에 갈 수 있는데, 20등 안에 들어서 우리은행에 가게 됐다. 프로팀 입단 소식을 듣자 연락을 안 하던 친구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서 운동을 못했을 때는 연락 안하던 친구들이 연락이 오기 시작하니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게 아니라 농구선수 이혜정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처가 됐다.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이뿐만 아니다. 20세 소녀 이혜정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여자였다. 또래 친구들과 같이 여자로서 자신을 가꾸고 싶었던 것.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여자로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초등학교때부터 커트머리를 했던 터라 머리도 기르고 펌도 하고 싶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싶고, 치마와 스키니도 입고 싶었다.”

결국 이혜정은 부모님과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구선수 생활을 과감히 끝냈다. 은퇴한 이후 안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이혜정은 큰 키 덕분이었을까. 모델제의를 많이 받았다.그는 방송과 잡지 등을 보면서 모델에 관심을 두게 됐고, 모델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모델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운동근육은 잘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예 안 움직이려고 했다. ‘운동선수 같애’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속상했다. 트레이닝 선생님이 제 몸을 만지더니 ‘너는 몸무게를 빼도 2kg 밖에 못 뺀다’라고 했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겨서 일주일 만에 5kg를 뺐다.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늘려주고 마사지를 함께하니 어느 순간 ‘모델 같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3년 정도 걸렸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이혜정은 2007년부터 모델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모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아카데미를 한지 2개월 만에 패션위크 무대에 서게 됐다. 3년간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무대에서 줄곧 활동하다 2010년 뉴욕컬렉션 무대에 서게 됐다. 그러나 이혜정의 해외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에이전시가 상황이 안 좋았던 것.

“뉴욕에서 많은 쇼에 참여했지만 큰 무대에 설수 없었다. 뉴욕에서 큰 쇼에 서지 못하면 파리, 밀라노, 영국컬렉션에 갈 수가 없다. 나는 파리 에이전시와 미팅도 안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 에이전시에게 파리를 가겠다고 강력하게 말했고, 결국 갔다. 첫 번째 캐스팅은 피에르가르뎅이었다. 길을 헤매다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했다. 디자이너에게 ‘안 뽑아도 좋으니까 워킹만 봐달라’고 사정했다. 잠깐의 실랑이 끝에 캐스팅 오디션을 볼수 있었고, 그 무대 피날레까지 섰다.”

이혜정의 열정과 끈기가 파리 컬렉션이 당해내질 못했다. 이후 디올과 루이비통 등 여러 유명 브랜드 무대에 섰다. 맨땅에 헤딩을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기에 그에게 너무 소중한 무대였다. 2014 S/S 컬렉션에서는 디자이너 이상봉과 박춘무, 지춘희, 구호, 강기옥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모델로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이혜정은 이번 컬렉션에서 예상치 못한 굴욕(?)을 맛봐야 했다. 지난 10월부터 ‘우리동네 예체능’ 농구편 출연으로 인해 3~4kg 정도 몸무게를 늘릴 수밖에 없었던 탓에 디자이너 옷이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

“한 사이즈 정도 늘었다. 만약 44사이즈를 입는 모델이 55사이즈를 입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이 됐다.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살이 찌면 부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예체능’을 하게 된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 모델로서 부담되긴 했지만 망설이지는 않았다. 시작한 것이라면 욕을 먹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이혜정은 ‘예체능’ 출연을 결심하면서 9년 만에 농구공을 다시 잡게 됐다. 농구의 감을 찾기위해서 그는 일주일 내내 운동을 했다.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농구공을 멀리하다가 오랜만에 잡았는데 어색했다. 농구공은 늘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인데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운동을 했다. 특히 농구 선수 시절부터 친구인 우리은행 양지희 선수가 많이 도와줬다. 양지희 선수가 충북 진천선수촌에 있는데 일요일 마다 서울로 와서 메디신볼로 트레이닝 시켜줬다. 함께 다시 연습하다보니 안 날아가던 슛도 날아가고 농구의 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혜정은 최인선 감독과 우지원 코치의 무한 신뢰를 받으며 ‘우리동네 예체능’ 농구팀 포인트 가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골 밑에서 자신의 몸집보다 두 배 이상 큰 남자들과의 몸싸움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최인선 감독님은 처음에 나를 못마땅해 했다. 녹화하는 날 나에 대해 잘 모르셨고, 농구를 잘 하는 친구를 기대하셨던 것 같았다. 그런데 녹화하고 나서 다음날 저를 안아주면서 ‘멋있는 사람인데 내가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격려해주셨다. 정말 따뜻하신 분이다. 우지원 코치님도 너무 멋있다. 어릴 때 그 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는데 지금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다.”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이혜정은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농구를 하면서 팀의 소중함을 또 한 번 느꼈다. 모델은 비교적 개인활동이 많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단체 생활의 느낌을 되살아나게 했고, 추억을 되새기는 또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

“팀이라는 이름이 참 좋다. ‘우리편’이니까 서로 더 챙겨주게 되고 한명이 다치면 꼭 내가 다친 것처럼 가슴 아프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팀의 소중함을 또 깨닫게 됐다. 강호동 오빠는 화면보다 얼굴이 커서 놀랐다.(웃음) 박진영 오빠는 회사의 오너이긴 하지만 붙임성이 좋고 굉장히 잘 챙겨주신다. 결혼과 신혼여행을 다녀오셔서 그런지 요즘 힘들어 보였다. 줄리엔 강은 매너가 너무 좋고 존박은 너무 열심히 한다. 최강창민은 인기가 많아서 팬분들이 늘 따라다닌다. 서지석 오빠는 처음에는 시크하게 대해서 ‘뭐지?’했는데 알고 나니 너무 좋은 분이었다. 농구 실력도 뛰어나고 농구선수 할 몸이다.”

이혜정은 오는 12월 까지 ‘예체능’ 농구팀에서 활발히 활동할 예정이다. 이후 그는 다시 모델로 돌아간다. 그는 ‘이혜정 닮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예체능팀’ 포인트가드 이혜정과 모델 이혜정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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