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성별 논란과 여성 스포츠선수 인권의 현주소

입력 2013-11-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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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동 서울시체육회 대강당에서 진행된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박은선 선수의 성별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왼쪽)이 6개 구단 감독들의 회의내용이 든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실무부회장(가운데)과 서정호 서울시청 여자축구부 감독이 참여했다.사진제공 서울시 체육회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소속 박은선(27)의 성별 판정 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권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은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관에서 박은선 선수의 성별 판정 논란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5일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은 비공식 간담회에서 있었던 ‘다음 시즌 박은선 선수 리그 출전 시 보이콧’ 입장을 문서화했다. 서울시청의 기자설명회는 6개 구단 감독 모임이 여자축구연맹에 박 선수의 성별 판정을 요청한 것에 대응하는 자리였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박은선 선수는 이미 지난 2004년 서울 노원구 위례정보산업고(현 동산정보산업고) 3학년 재학 시절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성별 판정 검사를 받았다. 이미 한 번의 성별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박은선에 대한 6개 구단의 보이콧 선언에 축구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선수 이전에 여성에 대한 기본적 인권존중이 있어야 한다”며 “성 정체성은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다. 인권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전국여성위원장)은 “구단들의 이기주의에 한 선수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혀도 되겠느냐”며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권 문제에서는 여야도 한목소리를 냈다.

▲성별 논란을 겪고있는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소속 박은선 선수.

일각에서는 ‘박은선 성별 논란’을 두고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 축구 관계자는 “6개 구단 감독들의 여자 선수에 대한 인권 존중 의식이 부족해 발생한 사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여성 스포츠계가 구타·욕설·성추행 등 인권 사각지대였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발표한 ‘스포츠 폭력 근절대책’ 보고서에서 스포츠 현장에서의 여성 성폭력 경험비율이 무려 11.7%에 달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최근까지 스포츠계는 여성 선수들의 인권과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 여자 역도 국가대표 유망주의 성추행 고발도 있었다. 해당 선수가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정서를 대한역도연맹에 제출한 것이다. 연맹 측은 진상 조사를 통해 일차적으로 해당 감독을 영구 제명했지만 9월 재심을 통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당시 연맹은 조사위원회를 모두 남성으로만 구성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고, 현재 이 사건은 외부 기관에 판단을 맡긴 상태다.

11일에는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고양대교 선수들이 남성 선수 수준의 훈련 강요와 거친 언행을 이유로 유동관 감독의 교체를 요구했다. WK리그 사상 선수들이 감독 교체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권 침해의 정도와 상황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서정호 감독은 “여성 선수를 때리고 욕했다는 이야기를 4~5년 전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최근 그런 일은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문화부 체육정책과 박현성 사무관은 “꾸준한 실태조사와 언론 보도로 인해 경각심 고취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피해 여성 선수들이 구제받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도를 보완해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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