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김치찌개- 장태평 전 농식품부 장관·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입력 2013-11-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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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김치 한 포기 싹둑싹둑
목살 돼지고기 몇점, 양파 마늘 고추

보글보글 구수한 냄새
익어가는 레인지 위의 김치찌개

해거름판 멀리 밭매고 돌아오던 어머니
땀에 젖은 누우런 머리수건이
축 늘어진 묵은지 닮았었지

흙냄새 가시지 않은 투박한 손등
부지런히 다시 움직이던 어둑한 부엌
싸악싸악 묵은지 썰던 소리

남은 양념 이것저것 양은냄비에 몰아넣으며
“오늘은 반찬이 없구나~”
애틋한 한숨도 버무려 넣어
바쁘게 끓이던 김치찌개

그 안으로 어머니의 피곤과
땀도 쓸려 들어갔었다

허기 속에 기다리던 저녁 밥상
한가운데 구수한 김이 산같이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던 그 김치찌개
맛이 다 간 신김치가 싹둑싹둑
산해진미로 변신했던 요술찌개

이제도 아른거리는 정겨운 어머님 냄새
오늘 식탁 위에 그윽하게 번져오를 엄니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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