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벤처 1세대이면서도 독과점으로 인해 벤처를 죽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네이버가 꿈의 상생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온라인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인터넷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논란에 네이버는 인터넷 선도기업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상생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
아직까지는 네이버가 내놓는 방안들이‘알멩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플랫폼 업체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을 돕고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신호탄을 쏜 것은 지난 7월 29일.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창작자 상생펀드 조성·검색 공정성 등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생태계 상생 정책을 내놓았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파트너 기업과 상생 구조를 마련하고, 각 500억원 규모의 ‘벤처 창업 지원 펀드’와 ‘문화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제휴 사업자와 실질적 상생을 위한 ‘네이버 서비스 상생협의체’를, 벤처기업협회·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와는 ‘벤처기업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업계와 소통하고자 했다.
그 이후 골목 상권 침해의 가장 큰 이슈였던 부동산 정보서비스에서 네이버가 철수를 결정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직접 중개업자에게 광고료를 받고 매물정보를 올리는 매물리스팅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부동산정보업체들의 매물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만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사업철수 이후 네이버는 약속 이행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네이버가 선배 사업자이자 플랫폼 사업자로서 멘토링과 투자, 인수 합병등으로 벤처 생태계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벤처기업상생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 반영하고자 했다.
지난 8월 27일에는 배달 업종 스타트업인 ‘배달의 민족’과 손을 맞잡았다.두 회사는 지도지역 정보와 배달음식점 정보 등 위치기반 정보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발굴하기로 했다.
이틀 후 29일 네이버는 상생 협력 업무를 전담할 CEO 직속 조직‘네이버 파트너센터’를 신설했다.주요 서비스 및 사업 관련 책임자급 인력들로 구성되며 제휴 협력 관계 파트너와 협력 및 소통을 강화한다.
대외 소통 채널 역할과 함께, 전사 상생 프로그램 발굴과 벤처기업상생협의체등 상생 협의 채널 운영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서비스 영향 평가제 운영과 중소벤처 의견 수렴도 담당한다.
9월에는 패션 스타트업 스타일쉐어와 패션 콘텐츠 분야 상생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콘텐츠 교류 및 신규 비즈니스 모델 공동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인터넷 선도기업과 유망 스타트업이 동반성장과 인터넷 생태계 발전 모범 사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어 네이버는 ‘국민내비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은 위치기반 서비스(LBS) 분야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양사 공동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콘텐츠 제휴 방안을 찾기로 했다.
빠른 속도로 스타트업과의 상생 방안을 쏟아내던 네이버는 9월 26일 진행된 벤처기업상생협의체 회의에서 맛집정보 서비스 ‘윙스푼’과 여행정보 서비스 모바일 패션정보 앱 ‘워너비’ 등을 연내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요리법 정보 서비스 ‘네이버 키친’과 할인 쿠폰 서비스 ‘네이버 쿠폰’과 모바일 알람 앱 ‘굿모닝 네이버’도 연말과 내년 1분기에 철수한다.
또 네이버 검색 결과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서비스 노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외부 기업의 벤처기업협회 등과 제휴해 신생 기업의 우수 앱을 네이버 메인에 소개하는 ‘금주의 추천 앱’도 제공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플랫폼사업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검색 공정성을 개선, 스타트업과 창작자들과 상생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네이버 역시 아직 해외 시장에선 성장해 가는 단계지만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상생은 큰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가 신생-중소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노출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돕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네이버와 업무 협약을 맺고 언론에 노출이 되는 것 자체가 홍보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좋은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용자들이 네이버란 그늘에 가려 서비스 본질을 제대로 못볼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세대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정부의 규제 속에서 스타트업과 상생하며 또 다른 벤처 신화를 만드는데 이바지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