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智將

입력 2013-11-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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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맨 앞)이 2012년 7월 브라질 세아라주의 제철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장 회장이 세아라주에서 제철소 착공 기념,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동국제강

동국제강 임직원들이 폭탄주를 만드는 방법은 다른 회사와 조금 다르다. 소주, 맥주 폭탄주는 일반적으로 소주를 넣은 뒤 맥주를 따라 폭탄주의 맛을 조절한다.

반면, 동국제강의 폭탄주는 맥주를 따른 뒤 소주잔에 들어있는 소주를 잔에다 힘차게 붓는다. 원재료인 철광석에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인 후판·형강·봉강 등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폭탄주 제조에 적용한 것이다.

◇‘소통 리더십’으로 그룹 이끌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평소 술을 즐기는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동국제강의 독특한 폭탄주 문화도 장 회장이 선대부터 이어지던 것을 회사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와 섬에 관한 시를 쓰는 이생진(84) 시인은 자신의 시 ‘꽃과 술’에서 ‘곧 죽어도 술 있는 마을 그냥 지나가기 어려웠네’라고 했던가. 술을 즐기는 장 회장 역시 부드러운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장 회장은 지난 2001년 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아버지 고(故) 장상태 회장이 2000년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당시 48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을 책임지게 됐다. 그의 조부이자 창업자인 고(故) 장경호 초대 회장이 일군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임직원과 다양한 소통 방식을 만들어야 했다.

매년 한 번씩 그룹 임직원과 산행을 하는 것도 장 회장의 소통 방식이다. 그는 가끔 언더파를 칠 정도로 골프 실력이 뛰어나다. 이 역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주 골프를 하다 보니 좋아하게 됐고, 실력도 향상된 것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업무 성과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다. 동생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이 잘못한 경우에도 크게 야단을 칠 정도다.

장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동국제강의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위기일수록 구성원들을 돌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엄한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철저하게 전력질주하고 언행을 일치시켜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부드러우면서 강한 리더십을 갖게 된 것은 선대로부터 받은 경영수업 덕택이다. 장 회장은 재계에서는 드물게 1978년 동국제강에 사원으로 입사해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23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제강·기술개발·관리·일본지사·마케팅·물류 등 회사의 모든 부문을 거쳤다. 특히 1990년대 한국 철강기업 최초로 직류 전기로를 도입했고, 연산 450만톤 규모의 포항제강소 건설 등을 이끈 현장에 있었다.

입사 전에는 조부인 장경호 초대 회장의 손을 잡고 종종 부산공장을 둘러봤다. 고(故) 장경호 초대 회장은 공장 바닥에 못이나 쇳조각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면 책임자를 불러 호통을 친 일화도 유명하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장 회장의 동생 장 사장이 모든 최신곡을 알 정도로 회식 자리를 이끌어 가는 활달한 스타일이라면 장 회장은 조용하면서도 회사의 모든 부분을 꿰뚫고 있는 지략과 전략을 갖춘 장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제철소, 장 회장의 경영 결실= 2015년 브라질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장 회장이 이끌고 있는 동국제강은 큰 전환점을 맞는다.

동국제강은 2012년 7월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세아라주에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합작사명 CSP)’의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CSP는 장 회장이 집념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숙원 사업이다. 그는 취임해인 2001년부터 브라질 진출을 추진, 2007년 고로제철소 건설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이어 2008년 4월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발레와 CSP를 설립한 데 이어 2011년 포스코와 합류, CSP는 발레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의 지분으로 연간 생산 300만톤급 고로 제철소를 건설했다.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의 철광석 공급사로부터 안정적 원료를 공급받고 세계 최고의 고로 제철 기술을 가진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다.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가 완공되면 300만톤의 쇳물 중 일부는 브라질 시장에서 소화하고 나머지는 슬래브 형태의 반제품으로 만들어져 한국으로 들여온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가 완공되면 동국제강이 원료를 자급하면서 원료값은 절감하고 철강제품의 품질은 개선되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 회장은 2011년 8월 부지 본공사 착공식에서 “10년이 걸렸다. 집념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철강업은 나의 운명이며, 철강에 대한 열정은 브라질까지 오게 한 원천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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