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없는 삼성, 이례적인 강경 문구 현수막
삼성에서 코닝으로 대주주가 바뀌는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이 사업장에 ‘고용보장’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대표이사까지 나서며 고용보장과 복리후생, 인사 등 모든 부문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사전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업장 식당에 붉은 색 글씨로 ‘고용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은 이날 저녁까지 그대로 걸려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업장 분위기가 종일 뒤숭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없는 삼성 계열사 사업장에 강경 어조의 현수막이 걸린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만큼 삼성코닝 임직원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것. 회사의 주인이 ‘삼성’에서 ‘코닝’으로 바뀌면서 향후 불어닥칠 ‘미국식 경영방침과 고용정책’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코닝의 한 직원은 “미국 기업의 고용문화와 정책이 매우 유연하고 탄력적인데 삼성 때처럼 (고용) 보장이 잘 되겠느냐”면서 “당장은 현재 대표이사의 의지가 통하겠지만 2~3년 후의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일 현수막 사건에 대해 다른 각도의 해석도 있다. 고용보장은 표면적인 것일 뿐,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기업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순식간에 ‘코닝’ 직원으로 바뀌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의 형태가 ‘고용보장’이라는 우회적 내용으로 표현됐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삼성코닝 직원은 “그간 삼성에서 근무한다는 자존심을 갖고 일해 왔는데 코닝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시쳇말로 멘붕상태에 빠졌다”며 “이번 현수막 사건도 이러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이번 현수막 사건이 발생됐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고용이나 복지, 인사 등에서 과거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앞서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도 지난 2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직원에 대한 고용이 보장되고, 인사제도·보상·복리후생 등 모든 인사관련 시스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