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말 한마디의 위력

입력 2013-10-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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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첫 홀 티 박스에 올라 드라이버 샷을 날리기 위해 셋업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한마디 던진다.

“왼쪽은 OB지역이야. 조심하라고.”

OB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드라이버 샷을 부담 없이 날릴 참이던 이 사람은 동반자가 던진 한마디로 OB 걱정을 하게 된다. 머리는 ‘혹시 OB를 내면 어떻게 하나, 첫 홀부터 OB를 내지 말아야 할 텐데’하며 엉뚱한 조바심으로 혼란스러워지고 근육도 덩달아 경직되고 만다. 결국 이 사람의 드라이버 샷은 OB를 내거나, 너무 OB를 의식하다 반대편 러프지역으로 볼을 날리기 십상이다.

핀과의 거리가 2m도 채 안 되게 파 온에 성공해 버디를 노리고 퍼트를 하려는 순간, 한 동반자가 한마디 던진다.

“은근히 라인이 까다로워 보이는데. 자칫 하다간 쓰리 퍼트도 나올 수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퍼팅을 준비하던 사람의 머리는 혼란에 빠진다. 다 읽어 놓은 홀에 이르는 길에 의문이 생기고 퍼트의 강도를 어떻게 조절할까 헷갈린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머리나 근육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거의 실신상태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퍼트는 거의 성공 확률이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버디는 고사하고 파를 세이브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같은 상황에서 한마디를 던지더라도 “페어웨이가 엄청 넓군.” “충분히 버디를 낚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내용이라면 오히려 자신감과 확신을 불어넣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동반자의 샷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골프의 여정 자체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실수를 연발하는 동료에게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해선 아무리 라운드를 많이 해도 100 깨기는 틀렸어”라든가, “아무래도 골프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군”하고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사자는 기분이 불쾌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로 자신은 골프를 잘 칠 가능성도, 능력도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땀 흘려 연습을 해도 그 효과에 의문을 품게 되고 실수를 할 때마다 “역시 나는 안 돼” 하며 자학하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한 사람의 골프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어떤 동반자가 “성공은 실패가 모여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네. 미스 샷에 겁먹을 필요 없어. 미스 샷이 없으면 골프가 존재하지 않을 걸.” “기본은 잘 되어 있으니 걱정 말게. 연습장에서 조금만 다듬으면 멋진 샷이 만들어질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미스 샷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이 연습에 열중하고 잘못된 스윙을 고치는 데 열중할 것이다. 이 사람의 골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성경은 말 한마디의 위력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골프장에서 내가 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고 바커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말자.

글·삽화 방민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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