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기재부 공무원들은 진짜 슈퍼 갑질을 하는 곳이 국회의원이라며 누가 누구를 지적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기재부든 국회든 누가 더 슈퍼갑질을 하는지 국민은 관심이 없다. 다만 주위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신분을 잊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바랄 뿐이다.
16일 국회의원들이 정부세종청사로 내려와 기재부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숙소 문제로 기재부 2차 국감은 다시 국회에서 열려 국감이 다른 때보다 일찍 끝났다. 이날 기재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주차장을 전면 통제했다. 높으신 국회의원들의 불편을 없애고자 가뜩이나 좁은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도록 세종청사 관리소에 협조 요청이라는 명목으로 지시를 내렸다. 새벽에 몇몇 기자들은 텅 빈 기재부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못하고 인근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는 모습을 보였고, 몇몇 기자들은 이에 대해 거센 항의를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결국 주차장 폐쇄는 기자들과 민원인들의 거센 항의로 일부 개방했지만 기재부의 이기심으로 이런 갑질 행위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타 부처 공무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말이 기재부 공무원들은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히 예산은 각 부처 요구사항과 적절한 심사를 거쳐 나눠 주도록 맡겨 둔 것인데 마치 기재부가 자신들이 주는 것처럼 타 부처 공무원들을 ‘을’의 입장에 서도록 하는 굉장한 마법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날 국감에서 스타로 떠오른 사람은 40대 초반의 젊은 여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 요청으로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정 교수는 여야 국회의원 8명의 질문을 거침없이 대답하면서 의원들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정부 재정적자 해소 방안, 재정지출과 감세의 효과, 증세 영향, 조세부담률 문제 등 의원들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는 정세은 교수의 모습에 한 기재부 고위공무원은 실소를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학생을 불러놓고 경제문제를 논하는 것이라고 비하하는 모습에 기재부 공무원은 뼛속 깊숙이 갑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재부의 갑질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행정고시 성적으로는 수재들이 모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이 사회생활에서도 반드시 1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조금이라도 되새겼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 눈부신 발전을 하지 않았을까. 세법개정안 때 여야 의원들과 국민이 질타할 때 한달에 1만원 정도도 부담하지 못하느냐며 무엇이 문제냐고 성토하던 예산실 공무원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갑의 횡포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 이때 어떤 정부도 하지 못했던 기재부의 갑질을 개혁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