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재정운영방식과 재정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마련하기로”
정부가 보험료 인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민연금을 두고 현 시점에서는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동결안을 선택한 것이 기초연금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초연금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올릴 경우 국민 반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복지부의 운영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의 경우 현 시점에서 올리지 않고 2018년 제4차 재정계산 때까지 사회적 합의기구를 운영, 국민연금 재정목표 등을 설정한 뒤 차후 인상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현 정권 내에서는 보험료가 동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낸 것보다 훨씬 더 주는’ 고금리 성격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다면 2044년에 당기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 재정이 고갈된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 시기가 늦춰지면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기초연금 수령액을 삭감하는 기초연금안을 발표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냈다간 반발이 커질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기초연금에 있어서 미래세대가 현재 노인세대 보다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까지 후세대로 전가한다면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류근혁 국민연금정책과장은 보험료 인상을 동결한 것과 관련해 “큰 틀에서 재정운영방식과 장기재정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선행된 후에야 그에 따른 세부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불안정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로서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한 불신으로 국민연금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부정적 기류가 팽배한 상황에서 연금 재정 안정화도 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 보험료 동결안에 대해 연금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현 시점에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 400조원대의 엄청난 기금이 있고 현 세대의 부담도 큰데 당장 보험료율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불안정 문제는 그대로 존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재정안정 방안으로 보험료 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것인데, 형편없이 낮은 급여를 위해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반감과 불신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있어서 기본보장은 제도 존립의 근간이라 할 수 있으며, 재정안정은 국민적 신뢰와 제도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고 다만 부과대상소득의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단순한 보험료 인상에서 벗어나 정률제 원칙에 입각한 보험료 부담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