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영책임자 그들은 누구인가
연기금 CIO(최고운영책임자)는 450조원을 주무르는 자본시장 경제대통령이다.
400조원 이상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공무원연금, 행정공제회에서 활동하며 연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매일 자본시장에서 쩐(錢)의 전쟁을 펼친다.
연기금은 통상 연금(pension)과 기금(fund)을 합친 말로서 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이다. 연기금은 자금의 성격상 장기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거액의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로서 시장의 지지세력 역할을 한다.
450조원 쥐락펴락하는 연기금 CIO, 그들은 누구인가.
◇ 400조 자금운용 국민연금 CIO 공모중
총 4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4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자금운용 단장(CIO)은 현재 후임자 공모 작업중이다. 총 22명이 지원한 이번 CIO 공모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의 합격자는 정재호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본부장, 채규성 전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본부장, 최용호 전 군인공제회 금융사업담당 이사,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장을 지낸 온기선 전 대신운용 대표, 이영배 전 교보생명 부사장,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유정상 피닉스운용 대표, 홍완선 전 하나은행 부행장, 박휘준 전 우리투자증권트레이딩 사업 총괄 대표다.
심사를 통과한 9명의 후보는 기금운용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연기금 CIO들과 전직 운용사 CEO, 증권사 고위임원 등으로 나뉘는 양상이다. 이들 가운데 면접 심사를 통과한 3인 중 인사검증까지 통과한 최후의 1인이 ‘자본시장 슈퍼갑’ 으로 금의환향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4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자본시장 대통령을 뽑는 자리인만큼 과거 업계를 주름잡던 베테랑 운용전문가들이 대거 지원한 모습"이라며 "국내 모든 금융기관을 비롯해 해외기관투자가를 상대하는 요직인만큼, 합리적이고 투명한 인선 과정을 거쳐 적임자가 뽑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본부 내 200여명의 최고 전문인력을 전두지휘하며 4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글로벌 감각은 물론 운용 경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26일 시작되는 면접자 9명 중 3명의 후보를 압축,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추천한다. 이사장은 추천안과 계약서 안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장관 승인 후 이사장이 기금이사를 임명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최대 2년으로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CIO인 이찬우 현 기금이사는 다음달 17일에 임기가 끝난다.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CIO는 내부 출신이 대세
운용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연기금인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의 곳간지기에는 내부 출신 CIO가 올 들어 잇따라 영전됐다.
실제 총 1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사학연금의 신임 자금운용관리단장엔 박민호 사학연금 투자전략팀장이 사상 최초로 지난 5월 외부 전문가들이 경합한 공모에서 내부 승진한 것. 박 단장은 장은증권과 하나경제연구소, 교보증권을 거쳐 2001년도에 사학연금공단 자금운용전문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박 단장은 그동안 자금운용관리단내 리스크관리부, 주식운용팀에 근무한 후 현재까지 투자전략팀장을 역임 중이고 2011년도에는 공단 기금증식 및 자금운용성과에 기여한 공로로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현봉오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은 남들은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연기금 사령탑을 두 번이나 역임한 금융투자업계 ‘큰손’이다.
현 사업부이사장은 한국투자신탁 마케팅 대우이사,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 신한아이타스 전무를 지낸 후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을 지냈다. 이후 가울투자자문 비상근 감사를 지낸 후 지난해 말 3년 만에 행정공제회 사업부 이사장으로 컴백해 이목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행정공제회는 이전까지 주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에 집중해 오면서 회원들에게 연 5.75%의 높은 이자를 맞추기가 힘들었던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과거 현봉오 CIO가 사업총괄 이사 재직시 유가증권 이외에 기업 인수합병(M&A)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비율을 늘리면서 투자처를 다변화시키며 투자 스타일이 바뀌고 수익률 역시 최상위권으로 올랐던 점이 컴백의 주요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기섭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 역시 교직원공제회 금융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20조원이 넘는 교직원공제회의 자금을 운용하는 사령탑으로 내부 승진된 경우다.
이들 내부출신 연기금 CIO들의 선임은 결국 조직적 안정화를 꾀해 수익률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군인공제회, 공무원연금 CIO는 전직 운용사 CEO 출신
한편, 다양한 투자 경험과 노하우가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연기금 CIO들의 필수 덕목인만큼 전직 운용사 최고 경영자(CEO)들도 연기금 큰손으로 저력을 과시중이다.
박석환 군인공제회 금융사업이사는 한국투자신탁 해외투자 부지점장과 신한투자신탁 운용총괄 상무, 선에셋 및 메가마이다스 투자자문 상무, 캡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다양한 이력이 장점인 박 이사는 지난 2011년 말부터 군인공제회 금융사업이사로 취임해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 중이다.
유승록 공무원연금 기금운용 단장 역시 하이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 공무원연금 기금운용 단장에 임명됐다.
유 단장은 현대투자신탁운용에 입사해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운용역을 거쳐 주식운용팀장과 투자전략 본부장으로 일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것.
유 단장은 “과거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역으로 연기금에서 투자를 결정했고, 민간 운용사의 CEO로 재직한 다양한 경험이 현재 투자 판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