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축구는 공격수 상한가… 농구·배구 용병이 팀 성적 좌지우지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축구·농구·배구는 모두 외국인선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종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외국인선수들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농구와 배구는 야구와 축구에 비해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따라 시즌 성적이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감독들 사이에서 ‘용병농사’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98년부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프로야구는 올시즌이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16번째 시즌이다. 원년 멤버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는 두산 베어스(입단 당시는 OB)의 타이론 우즈다. 첫해 홈런 42개로 홈런왕에 올랐다. 종전 장종훈이 보유했던 단일시즌 최다 홈런(41개) 기록을 곧바로 갈아치웠다. 2002년까지 5시즌 동안 두산에서 활약한 그는 최초의 외국인선수 정규시즌 MVP, 올스타전 MVP, 한국시리즈 우승 등 굵직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펠릭스 호세(롯데 자이언츠)도 만만치 않다. 1999년 입단한 호세는 메이저리그 타격 5위 및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위용을 뽐내며 0.327의 타율과 36홈런을 기록했다. 호세는 2001년에도 롯데에서 타율 0.335, 36홈런을 기록했고 2006년부터 두 시즌 더 롯데에서 뛰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관중석 배트 투척 사건 등 팬들에게 악동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됐다.
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 도입 초창기 투수와 타자들이 고르게 분포했지만 최근에는 투수 편향이 강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시즌 역시 전원이 투수다. NC 다이노스는 올시즌 신생팀 특혜로 3명의 외국인선수를 쓸 수 있었지만 모두 투수를 선택했다. 김경문 감독은 “공격이 좋으면 수비에 문제가 있거나 주루가 좋으면 타격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히며 외국인 타자무용론을 제시했다. 다른 일선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다. “30~4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보다 10승 투수를 찾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외국인투수 중 2002년 키퍼(KIA)를 비롯해 리오스(KIA)·레스(두산, 이상 2004년), 2007년 리오스(두산), 2009년 로페스(KIA) 등이 다승왕을 차지했고 엘비라(삼성), 바워스(현대), 리오스(두산), 나이트(넥센) 등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KIA와 두산에서 활약한 리오스는 두산 시절이던 2007년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축구는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해 있다. 출범 원년인 1983년부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프로축구는 이미 지난 2011년 외국인 누적 숫자가 500명을 돌파했다.
초창기 2명 등록 및 출전이었지만 이후 3명 보유 및 출전으로 바뀌었다. 1996년에는 외국인 골키퍼에 제한을 두었다. 뛰어난 외국인 골키퍼들이 골문을 장악해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었기 때문. 필드 플레이어는 이후 제한이 5명으로 완화됐고 7명까지 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다시 규정이 강화됐다. 2006년부터는 팀당 최대 3명이다. 현재는 3명의 외국인선수에 아시아쿼터(아시아 국적 선수에 한해 외국인선수 3명과 무관하게 추가로 1명 영입 가능한 제도) 1명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최대 4명인 셈이다.
대세는 공격수다. 초창기 렌스베르겐과 피아퐁(커버스토리 참조)의 활약에 힘입어 각 팀은 공격수 영입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유고 특급’ 라데는 걸출한 외국인선수였다. ‘96년 포항에 입단한 그는 곧바로 11골 14도움을 기록하며 10(골)-10(도움) 시대를 열었다. 이후 러시아 출신의 데니스는 통산 50-50 클럽에 가입했고 ‘이성남’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산드로(수원), 에드밀손(전북), 모따(전남), 마차도(울산), 까보레(경남), 두두(성남) 등이 외국인선수로서 득점왕에 올랐고 현재의 데얀(서울)에 이르고 있다. 데얀은 역대 외국인 최다골, 한 시즌 최다골, K리그 최초 2년 연속 득점왕, 7시즌 연속 두자릿 수 득점 등 각종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데얀의 동료 몰리나 역시 최단 시간 50-50 달성 및 한 시즌 최다도움(19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4시즌 연속 공격 포인트 20개라는 K리그 최초의 기록도 작성했다.
농구와 배구에서는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진다. 농구는 지난 16시즌 동안 득점왕을 외국인선수들이 사실상 독식했다. 2010년 귀화선수 문태영(LG)이 득점왕에 올랐지만 100% 토종선수로 분류하기는 무리다. 원년 칼레이 해리스(나래)를 시작으로 데이비스(SBS), 버나드 블런트(LG), 에릭 이버츠(골드뱅크), 데니스 에드워즈(SBS), 단테 존스(KT&G), 테렌스 레더(삼성), 애론 헤인즈(삼성 및 LG)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리바운드 역시 99년 서장훈(SK)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 1위였다.
배구도 농구와 비슷하다. 1명 보유 및 출전인 만큼 의존도는 더욱 크다. 팔라스카(스페인), 숀 루니(미국), 카메호(쿠바) 등 세계적인 거포들이 국내 무대를 거쳤다. 하지만 정작 큰 주목을 받은 선수들은 입단 당시 큰 기대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안젤코(삼성화재 및 KEPCO), 가빈 슈미트(삼성화재), 레오(삼성화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입단 당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한국 배구에 잘 적응하며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높인 선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