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법 제정’ 요구에 “탄력성 떨어져 안 된다”

입력 2013-09-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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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이만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토론회

국세청 세무조사의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사대상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한 ‘세무조사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세청 측은 탈세에 대한 신속·유연한 대응이 어려워 탈세억지력이 약화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 홍기용 회장은 25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한국경제학회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방안’ 토론회 발제로 나서 ‘세무조사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 회장은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재산권 및 인권침해 등 기본권을 훼손할 수 있어 엄격한 규율이 필요한데도 현행 관련 법률은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매우 단순하고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세무조사 관련 법령이 국세기본법과 관세법, 지방세기본법 등 과세권자 중심으로 나눠져 있는데다 내용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조사 절차는 ‘조사사무처리규정’ 등 국세청훈령에 의존해 세무공무원의 재량권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흩어져 있는 법령을 하나로 묶어 세무조사기본법을 제정해 △세무조사원칙과 조사대상 선정 △조사시기와 범위 △조사 실시과정에서의 세무공무원 재량한계 및 조사공무원 교체요구 △세무조사공무원의 권한과 책임 △조사피해구제 △간접세무조사(외부회계감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세무조사 절차 관련 법률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해 과세권자의 재량한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분산돼 있는 관련 법령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납세자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부당한 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를 기치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고삐를 바짝 죄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토론자들은 전반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세무조사가 정권의 통치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짚고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객관화, 방식의 과학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새로 출범하는 정권은 항상 부패,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세무조사부터 하는데 이번 정부도 이유 여하를 떠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들 이해한다”며 “이것은 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무조사 통해 재원조달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이젠 기존 방식으로 세무조사를 해서 더 걷을 수 있는 세금 더 크지 않다. 세무조사 방식도 과학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상겸 운영위원은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생각이 부정적이고 과잉조사 논란 등이 끊이지 않은 건 우리나라 세무조사 구조나 체계에 개선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조사대상을 결정하는 ‘신고성실도 전산분석시스템’의 평가항목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김영기 조사국장은 세무조사절차 등을 법률로 규정하면 조사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지능적 탈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국장은 “세무조사 기간을 납세자 외형규모와 상관없이 ‘30일 이내’ 이렇듯 제한해놓으면 실제 실행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지능적 탈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 법 제정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무조사 강화’ 지적에도 “세무조사는 신고 성실성 검증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지 세수를 목표로 실시되지 않는다. 올해 초만 봐도 1600건이 줄어들었다”고 적극 반박했다.

한편 토론회 주최자인 이만우 의원은 지난 2월 ‘세무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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