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함에 따라 현지에 체류하며 행사를 준비하던 남측 선발대 및 시설점검 인력 75명 전원이 22일 금강산에서 철수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연기되더라도 이제까지 보여 왔던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봉행사 선발대 대표인 대한적십자사 박극 과장은 이날 귀환 직후 “어제 오후 북측으로부터 행사연기를 통보받았고 정치적으로 연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며 “이산가족 행사 연기를 공식적으로 통보받기까지 북측 분위기는 평상시와 똑같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이 이견을 보인 이산가족 숙소 문제와 관련해선 “숙소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북측은 평양에서 행사연기 보고를 받고 이를 (우리에게) 통보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나서서 상봉행사를 위한 추가회담 제의를 하지 않고 북한의 대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통보는 금강산 관광 재개회담이 북측의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만큼 인도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며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괴뢰패당의 극악한 동족 대결 책동의 산물로서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보수패당에 있다”면서 “우리의 인도주의적 성의와 노력에 극악한 대결 망동으로 도전한 괴뢰패당이야말로 용납 못 할 반인륜 범죄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