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통상임금,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한지운 산업부장

입력 2013-09-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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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법원에서 열리는 통상임금 소송사건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재계가 총력전에 나섰다. ‘절대로 밀려나서는 안된다’는 절박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27일 통상임금 산정에 상여금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 중견기업연합회는 고용 및 투자 축소 등 중견기업을 비롯한 모든 기업의 경영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뿐이랴. 이달 3일에는 대한상의와 전국 71개 상의회장단도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등 릴레이 탄원이 일어나고 있다.

법의 규정이 모호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과 해고 예고수당 등을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이처럼 중요한 사항이지만 통상임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근로기준법엔 정의되어 있지 않다. 통상임금은 시행령 6조에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어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라는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3월 대법원이 근속수당과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것은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상여금의 연간 지급률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이를 분기별로 나눠 지급한다면 이는 일률적·정기적·고정적인 급여인 만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임금 시효기간인 과거 3년간의 차액을 소급 지급하라는 소송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100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만 11건에 달한다.

이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은 기업에 막대한 비용부담을 일으켜 투자와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임금상승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 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연간 추가비용은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3년치의 임금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은 38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5조7000여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는 한국노총의 주장과 큰 차이가 나는 수치여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또 재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중소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4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임금 체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의 급여 구조는 통상임금 부분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수당을 붙이는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과거보다 임금은 올라갔지만 기업은 통상임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수당 항목을 늘려 액수를 보존해주는 편법을 써왔다는 얘기다. 노사는 임금협상 때마다 초과근로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급 대신에 상여금을 인상시켰다. 이 때문에 원리원칙보다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급여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온 게 사실이다.

임금 체계를 바로 잡자니 경제가 울고, 경제를 생각하자니 급여노동자의 형평성이 문제다. 누구도 선듯 해법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계 또는 노동계의 반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모두가 대법원의 입만 쳐다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규정은 임금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내리기 위해 지금이 아니더라도 향후 어떤 식으로든 재정비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정도와 범위다. 규모에 따라, 업종에 따라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동일한 안을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경제계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인 적용이 요구된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의 충돌과 갈등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뛰어들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중재, 임금 체계의 기준 도출, 이를 원활히 실행할 수 있는 지원방안 등의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통상임금은 기업계와 국민의 상당수인 급여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파장이 큰 사안이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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