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21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전반 15분 엘 샤라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5분 마타브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팀은 밀란에서 벌어지는 2차전 경기를 통해 본선 진출팀을 가리게 된다.
챔피언스리그는 막대한 돈이 걸린 경기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팀의 재정 규모가 달라진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도 유로파리그에 진출할 수 있지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라운드에서 탈락한 것보다 적은 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챔피언스리그 본선행은 중요하고 그 마지막 관문인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필립 코퀴 감독은 박지성을 선발로 내세웠다. PSV 입단 이후 공식 경기에 나선 바 없었고 부상설도 있었지만 감독은 옛 동료이자 제자가 된 박지성의 경험을 믿었다. 평균 나이가 약 22세에 불과한 PSV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8년 전과 달리 이제는 팀의 베테랑이 된 박지성은 하지만 8년 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과시했다. 전반 초반부터 동료들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이어줬고 경기 템포를 잘 조절했다. 과거에 비해 전력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발로텔리, 엘 샤라위, 케빈 프린스-보아텡 등 스타급 선수들이 아직 즐비한 밀란을 상대로 PSV가 전반전 열세에 놓이면서도 1골 실점으로 막으며 후반전 반전을 노릴 수 있었던 것도 박지성의 공이 컸다. 공격에서 욕심 내지 않고 동료들을 위한 플레이를 하거나 수비시에는 극적인 수비 가담을 하는 모습은 시간 흘렀을 뿐 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박지성이 투입됐다 해서 PSV의 외적인 전력이 크게 상승하거나 한 단계 높은 팀으로 당장 업그레이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 경험을 덧씌움으로써 PSV는 한층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1차전 무승부로 2차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상황에서 박지성의 경험이 밀라노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