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사회생활부 차장
지난 9일 오전 8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후쿠시마 현 신치마치(新地町)의 쓰르시하마(釣師濱) 근처 앞바다. 아가쓰마 유키오(吾妻行雄) 교수 등 3명의 일본 도호쿠(東北)대학교 잠수조사팀이 방사능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조사팀은 방사능의 오염 검사를 위해 해초류와 어패류 50종을 채취했다.
아가쓰마 교수는 “같은 종류라도 개체와 장소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제각각이다.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틀 앞선 지난 7일. 도쿄대 등 연구팀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세슘이 해저에 국소적으로 축적돼 있는 것이 처음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현 남쪽 이와키시 어협 등은 사고 후 첫 시험 조업을 올해 9월부터 앞바다에서 실시한다는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본이 난리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터진 ‘방사능 오염수 하루 300t 바다 유출’이라는 도쿄전력의 양심 고백이 일본 국민을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일본 국민은 올해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앞 항만에서 방사능 농도가 무려 74만 베크렐(Bq)의 쥐노래미가 잡혔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터라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일본 정부가 전전긍긍하며 ‘대혼란’을 막고자 국민을 달래보지만 역부족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느긋한 모습이다. 수산물이든 뭐든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밑도니 잠자코 먹으라고만 다그친다. 국무총리는 한술 더 떠 국민 걱정여론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유포자(?)를 단속해야 한다며 엄포를 놨다.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내로 들어온 수산물 중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물량은 약 3010t이다. 이들 모두 매장과 식당에 공급됐다.
방사능 기준치는 의학적으로 안전한 함량이 아닌 보건당국의 관리를 위한 기준치다. 즉, 정부가 수입허용 수치(100베크렐)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독일방사선방호협회가 권장하는 8베크렐(영유아 4베크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농산물과 가공식품과는 달리 일본 수산물에 대해서는 기준치 이내면 국내에 수입·유통시키고 있는 보건당국의 ‘이중 잣대’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중 잣대’ 지적에 “쉽게 부패하고 다량·고가로 수입하는 수산물의 특성 때문에 60일씩 걸리는 추가 검사를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일본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식약처는 또 후쿠시마 현 등 8개 현 49개 수입수산물 품목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출하를 금지한 것을 두고, 마치 식약처가 수입 금지를 내린 것처럼 둘러대기도 했다.
식약처는 ‘불검출, 적합’ 등 불명확한 용어로 방사능 검사를 했다고 늘어놓고만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올해 식약처로 업무가 이관되기 전에 있었던 구체적인 데이터는 오간데 없다.
심지어 3주 전 국무총리의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지시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일본 정부의 ‘한국지사’라는 조롱거리가 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