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분리형 BW']中企 자금조달기법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3-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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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편법 상속•증여 변질 의혹에 폐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분리형 BW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난 1999년 1월 발행이 허용됐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워런트)이 최대주주나 오너 일가의 지분 확보 및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29일 발행이 전면 금지된다. 영욕의 15년을 보낸 분리형 BW는 국내 자금조달 시장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는 회사채의 일종으로 해당 회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Warrant)가 주어진 채권이다. 분리형 BW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를 채권에서 떼어내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기능이 붙어 있다. 향후 주식을 넘겨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은 BW를 통해 채권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분리형 BW는 발행 이후 실적이 좋아질 경우 자금조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주가 폭락기에 발행된 분리형 BW는 다시 주가가 회복하면서 투자자에게도 큰 수익을 안겨줬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아차가 발행한 분리형 BW가 대표적이다. 기아차는 2009년 3월 운영자금 목적으로 4000억원의 BW를 발행했다. BW 행사가격은 6880원으로 발행 당시 주가인 6500원보다 높았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BW 권리행사 기간 종료일 다음날인 2012년 2월 20일 주가는 7만1600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BW 발행 당시보다 무려 10배 이상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분리형 BW 발행 뒤 BW에 부여된 워런트를 최대주주가 헐값에 사들여 손쉽게 지분을 늘리거나 차익을 챙기는 편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SDS, 두산 등 기업들은 BW를 발행한 후 특수관계인들에게 넘겨 지분을 편법 상속한다는 의심을 받았고 급기야 특별검사까지 나서는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든 바 있다.

금융당국은 분리형 BW가 최대주주나 오너 일가의 지분 확보 및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도입 14년 8개월 만에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키로 하고 지난 4월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시켰다. 분리형 BW 발행을 전면 금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분리형 BW 발행 규제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분리형 BW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로 발행한다. 이들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분리형 BW를 허용해 자금조달 창구를 열어준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현실적으로 분리형 BW의 경우 중견기업들이 많이 활용했던 자금조달기법”이라며 “이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리형 BW를 대체할 수단으로는 전환사채(CB)가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환사채(EB), 유상증자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독립형 워런트(신주인수권)는 그간 분리형 BW의 대체 수단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독립형 워런트 역시 최대주주가 편법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이 분리형 BW를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분리형 BW의 대체수단으로 CB나 EB가 있지만 신주인수권 제도 도입 없이는 자금 조달의 다양성 측면을 메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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