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을 쓸어버릴 홍수도 그러려니와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을 태울 수 있는 규모의 배를 인간이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많았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노아의 방주와 같은 선박을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조선소들은 컨테이너 박스 1만8000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메가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축구장 3개를 합쳐놓은 40만톤 이상의 벌커선도 척척 지어내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대양을 돌아다니며 바닷속 수천미터에서 원유를 탐사하고 시추하며 저장할 수 있는 드릴십이나 해양플랜트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우리 기술력이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가히 우리나라의 배 만드는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조선소들은 기술력을 높여 좋은 배를 만드는 것 외에도 근심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만드는 배들이 대형화되고 가격도 비싸짐에 따라 해외 수입자들은 선박 구매에 필요한 대출, 이른바 ‘선박금융’까지 우리 조선소에게 조달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에 아파트 구매자들이 싼 이자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건설사에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금융이 없다면 발주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반면 금융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로존 재정 위기와 바젤3와 같은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는 그간 선박금융의 큰손이었던 유럽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위축을 초래했고 이들 은행은 무역보험공사(이하 ‘K-sure’)와 같은 수출신용기관의 보증제공이 없으면 선박금융의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K-sure는 이러한 시장상황을 반영하여 올 한해 선박금융 보증지원 목표를 전년 대비 80% 증가한 4.3조원으로 늘려서 우리 조선소의 수주지원에 나섰다. 은행은 K-sure의 보증이 있는 경우 대출자산의 위험 가중치가 없어져 건전성에 대한 걱정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선박금융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K-sure 보증부 대출은 금리적 측면에서도 무보증 대출보다 훨씬 저렴하여 우리 조선소들의 수주 경쟁력을 높여준다.
단순한 양적 지원 확대 외에도 K-sure는 대출시장 축소라는 시장 변화에 대응해 채권 투자자 및 국내 연기금 투자자 등 비은행권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하는 채권보증형(Bond Guarantee) 선박금융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신용기관인 K-sure의 일련의 노력들을 통해 우리 조선산업이 선박금융에 대한 근심없이 우수한 기술력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