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비- 이현주 한국산업인력공단 홍보실 인턴

입력 2013-08-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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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처럼 소담스럽게 피어나
이슬처럼 영롱한 눈망울로
언덕 사이 골짜기 사이 나풀나풀
어머니 심부름 동생들 찬거리 찾아
나비처럼 산과 들을 수놓던 소녀들

저마다 소박하게 저마다 어여쁘게
푸른 하늘 너른 들판 벗 삼아
단꿈 꾸고 단잠 자며
오색 날개 펼쳐 훨훨 날아오르는
비단결 같은 나날을 그리던 소녀들

휘몰아치는 시대의 모진 바람 맞아
별처럼 반짝이던 여린 날개
군홧발로 짓밟혀 조각조각 찢어지고
남은 거라곤 너덜너덜 빛바랜 맘과 멍뿐인 여인들

빗발치는 소나기 끝 모르는 장맛비에
날갯짓 한번 못해보고 곤두박질친 나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피 맺힌 발자국
눈물로 채우며 살아온 여인들

부디 이제는
아픈 기억일랑 다 잊고
하늘하늘 자유롭게 걷는 듯 나는 듯
소녀처럼 나비처럼 사소서



◇며칠 전 위안부 할머님들을 위한 100만인 나비달기 운동에 참여하고자 나비 배지를 구매했습니다. 그 생각이 나 위안부 할머님들에게 바치는 시 한 편을 써봤습니다. 더 이상 아픈 역사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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