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도 고객 북적북적…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이면 수입차 탄다”
4일 오전 수입차 거리로 유명한 서울 강남 도산대로를 찾았다.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를 보러 나온 고객들로 매장은 북적였다. 휴가기간을 맞아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가벼운 차림의 손님들이 상당수였다.
벤츠 E클래스(E300)에 앉아 시승을 준비 중이던 이 모씨(37·대치동)는 “기존에 국산 고급세단을 탔었는데 이번 E300 엘레강스 모델의 가격이 6000만원대로 국산차와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주변에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츠 E클래스는 현대 제네시스(4338만~6394만원)와 거의 가격차이가 없다. 국산 고급차 고객들이 가격과 함께 편승효과등의 영향으로 수입차를 선택하고 있는 것. 지난달 4년 만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국내에 출시된 벤츠 E클래스는 한 달만에 2000대 계약을 돌파했다.
벤츠 관계자는 “새롭게 출시된 E클래스는 아방가르드 디자인(그릴 중앙에 삼각별 엠블럼 장착)을 옵션으로 추가하면서 고객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맞은편 BMW 매장에는 출고를 기다리는 차들이 매장 앞 보도를 가득 메웠다.
BMW 관계자는“각 딜러사들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인기 차종의 경우 시승이 밀려 있어 바로 시승은 불가능하고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입차 매장이 집중적으로 들어선 부산 해운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 주말 해운대 수입차 거리 역시 연일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 압권은 토요타 매장이다. 이 매장에는 상담 및 시승을 위한 가족 단위의 고객들 사이로 매장 직원들이 쉴 틈 없이 뛰어 다녔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부산 토요타 매장에는 평일 기준 10팀 이상 손님이 찾고 주말에는 20팀 이상이 찾는다”며 “뉴 캠리 시리즈와 프리우스에 대한 문의가 높아 시승차 물량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차 열풍이 거센데는 수입차 업체들의 과감한 가격할인 프로모션이 큰 역할을 했다. 엔저로 일본차 메이커가 가격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한·유럽 FTA에 따라 3.2%이던 유럽 수입차 관세가 1.6%로 떨어져 유럽산 수입차의 가격도 하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하면서 관세 인하분을 선반영해 가격을 일부 낮췄다. BMW도 5시리즈 이상 일부 모델 가격을 60만∼120만원 인하했다.
일본차들의 가격할인은 더 거세다. 최저 200만~700만원까지 가격을 깎아주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차와 국산차의 가격역전 현상까지 생겨났다. 최고급 사양의 현대 쏘나타가 3190만원, 풀 옵션의 토요타 캠리는 20만원 더 저렴한 317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