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나는 과연 환영받는 골프친구인가

입력 2013-08-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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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나는 과연 주변으로부터 환영받는 골퍼일까. 한번 가정해보자. 친구나 선후배의 입장에서 골프 라운드를 하고 싶은 사람을 우선순위로 꼽을 때 나는 과연 몇 번째가 될까.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선호하는 골프메이트를 꼽아 봐도 어떤 종류의 골퍼가 환영받는 골퍼인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격식을 따지지 않는 친구가 좋다.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지키면 더 좋다. 그런 친구들은 일단 골프장을 탓하지 않는다. 거리가 멀든, 시간이 이르든, 늦든 오케이다. 어떤 경우에도 클럽하우스에 출현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고 가능한 한 라운드를 하려고 한다. 라운드 중 기상악화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아무 때나 연락해도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 골퍼는 환영받는다.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골프 약속은 한두 달 전, 짧아도 두세 주 전에 하는 것이 예의인데, 금요일 저녁쯤에 전화해서 내일, 또는 모레 골프를 하자고 하면 분명 결례다. 상대방 일정이나 입장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화를 하는 사람은 그대로 “이러면 결례가 될 텐데”하면서 어려운 입장이 되고 전화를 받는 사람은 “내가 무슨 땜빵용이냐?”며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자. 그런 결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좋은 파트너로, 이렇게 결례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골프메이트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만사 제쳐두고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저 친구는 골프에 관한한 아무 때나 연락해도 괜찮은 친구’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는 것은 내가 바로 그에게는 최고의 골프메이트라는 뜻이다. 정말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정중히 사양하고 다음번에 꼭 다시 연락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골퍼의 예의고 전략이다.

골프 매너는 최상의 호객 조건이다. 골프 룰을 철저히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음은 물론 동반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면 기분 좋게 초대하고픈 골프메이트가 될 것이다.

핸디캡이 낮다는 것은 결코 충분조건이 못된다.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기분에 따라 플레이하는 고수는 환영받지 못한다. 좋은 매너에, 겸손하고, 격식도 안 따지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면서 좋은 실력까지 갖추었다면 그는 최상의 골프메이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은퇴해서 실컷 골프나 치자고 작심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골프메이트를 구하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경제적 여건과 건강 여건이 따르지 않는다거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곤란하다거나 기본조건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조건을 고루 갖추었다고 해도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에 따라 마음에 맞는 3명을 짜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럴 때 내가 만약 아무나 아무 때나 아무 곳에라도 부를 수 있는 골퍼로 두루 알려져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이다. 골프를 즐기려면 일단 골프메이트로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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