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상한 민주당의 ‘거리 정치’- 임유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8-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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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또 거리로 나섰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 협상 결렬에 따라 ‘장외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첫날인 1일엔 서울광장에서 현장 의총을 개최하고 천막을 진지 삼아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거리로 나갔던 2011년 당시 한나라당의 한미자유무역협정 강행처리 후 1년8개월 만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생은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극단적 대립을 택했다는 지적이 크다.

민주당은 이 같은 비판에 “과거에는 국민을 만나는 것(장외투쟁)과 입법 활동이 분리됐는데, 이제는 병행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민병두 전략본부장)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을’ 살리기와 민생 입법 활동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하면서 민생 현안 챙기기와 관련한 ‘을지로위원회’ 행보는 잠정 중단되거나 적잖은 영향을 받을 건 불 보듯 뻔하다.

정치 실종도 우려된다. 협상이 난항을 겪더라도 국회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장외로 끌고나가겠다는 의도는 ‘벼랑 끝 전술’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민주당은 매번 장외투쟁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결탁해 농성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때문에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이번에도 김한길 대표가 장외 투쟁을 지휘하며 외부의 시민단체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이번 장외투쟁에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당내의 분위기다. 대다수 의원은 전날 긴급 의총에서 원내 협상과 장외투쟁을 병행할 것인가, 장외투쟁만 할 것인가를 두고만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국민적 지지율이 낮으니까 무시를 당하는 것”이라며 “결기를 보여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는 한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임하는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석 수가 부족한 야당이 원내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민주당도 공공연히 공개석상에서 “야당은 의석 수가 부족해서 일차적으로 국민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 잠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만큼 성숙한 정치는 멀어져가는 것도 잘 알 터다.

제1야당이 시청 한가운데 천막을 치고 시민단체들과 농성하는 모습은 8월 날씨만큼이나 불쾌지수만 가중시킬 뿐이다. 식상한 ‘거리의 정치’, 이젠 그만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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