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좌지우지 KDI 출신은 누구누구… 현오석 부총리·김중수 한은총재 등 경제·금융계 주축
◇부총리·한은 총재·대통령 경제자문까지=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현오석 전 KID 원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했다.
195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현 부총리는 경기고·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14회로 관료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한국은행 조사부에 잠시 들렀다가 경제기획원에 있을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터진 외환위기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에서 국고국장으로 전보된 후 경제 관료계를 떠났다.
이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하며 사실상 야인생활을 하다가 2009년 KDI 원장이 되면서 다시 경제정책에 입김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3월에는 원장 연임에 성공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경제부총리에 임명됐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제11대 KDI 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앙은행의 총재로서 금리정책 등 통화신용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KDI 출신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로 이미 한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신용정책을 비롯한 경제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경제분야 자문역할까지 도맡게 됐다.
지난 6월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가 최상위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로 부활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현 교수가 부의장을 맡았다. 현 부의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제12대 KDI 원장을 역임했다.
현 부의장과 함께 신인석 중앙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공정경제분과와 거시금융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각각 KDI 연구위원과 KDI 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이란 점에서 KDI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박 대통령의 ‘멘토’도 KDI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경제 브레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오래전 KDI에 몸담은 적이 있으며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과외’를 했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KDI 연구위원을 거쳤다.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됐던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현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KDI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유 의원은 현 부총리와는 경기고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동문이다.
◇박 대통령 ‘경제 브레인’으로 주목= KDI 인맥은 일찌감치 박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전통 경제 관료들의 범주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 기조를 실천하기에 적임자인 데다 박 대통령이 최우선 인사 기준으로 강조했던 ‘전문성’ 역시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이다.
KDI는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간접적이지만 오랜 인연이 있다.
KDI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입안 때 전문 경제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1년 3월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KDI건물을 올리면서 두 번이나 시찰했고 지금도 KDI 본관 로비에 박 전 대통령의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라는 친필 휘호가 걸려 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KDI는 한국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개발경제의 이론적 배경을 탄탄히 뒷받침해왔다. 지난 40여년간 KDI를 거쳐 간 인사만 1000명에 달한다. 국무위원이나 정치권에 진출한 거물급도 많다.
주요 인사의 면면을 보면 정부 쪽으로는 초대 김만제 원장이 경제부총리를 지낸 것을 비롯해 사공일 전 재무장관, 구본영 전 과학기술처 장관,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KDI 출신들이 승승장구했다. 원장 출신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있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연구위원으로서 KDI를 거쳐 갔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도 KDI에 몸담은 적이 있다.
다만 앞으로 KDI가 이전만큼 독점적 ‘인재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비해 지금은 국내외 명문대 출신 경제학 박사의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연봉, 연금 등 처우도 대학이나 민간 연구소보다 좋지 않고 올해 말 세종시 이전이 예정돼 직장으로서의 매력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