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외모와 감성 충만한 음색, 미국 명문대 진학을 앞둔 ‘엄친아’의 면모까지. 가수 로이킴(20)은 등장과 동시에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실력과 매력을 고루 갖춘 로이킴에게 반한 대중은 결국 그에게 엠넷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의 우승을 가져다줬다. 지난 4월 발매한 로이킴의 자작곡 ‘봄봄봄’은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음원 차트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봄봄봄’의 표절 논란이 불거지면서, 순식간에 대중은 차갑게 돌아섰다. 로이킴을 칭찬하던 댓글은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로 변했고, 그의 모든 언행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이투데이 사옥을 찾은 로이킴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고르는 모습은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본 쓰라린 아픔이 느껴졌다.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돌아보면 이 일이 성장통처럼 느껴진다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그만큼 힘든 시간이 찾아오는게 아닐까 싶어요.”
혹시 대중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묻자, 그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음악 활동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고요. 그저 더 신중하게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지금은 제가 그동안 약속했던 일들을 해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요.”
아직 로이킴은 미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표절시비가 불거지자 도망가려고 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은 훨씬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사안이다.
“입학을 하지 않은 상태로 휴학하는 것은 1년밖에 안 돼서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있는 상태에요. 만약에 (추가 휴학이)안 되면 입학을 취소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죠. 그동안 학업도 열심히 했으니까 입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럴 경우엔 9월 학기에 맞춰서 미국에 돌아가야 해요.”
로이킴의 데뷔 앨범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는 그의 음악적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는 음반이다. 프로듀서 정지찬은 로이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번 앨범을 함께 꾸몄다. 덕분에 앨범 전곡을 감상하면 첫 앨범다운 풋풋함이 가득하다.
“인기나 영광을 위해 앨범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앨범이 나왔을 때 너무 신기했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앨범이에요.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어서 들어보면 ‘내가 참 별거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만족해요.”
프로듀싱을 맡은 정지찬은 로이킴의 아마추어적인 풋풋함을 존중해줬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지찬 형은 정말 큰 은인이에요. 음악을 안 즐기면 그게 음악에서 티가 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래야 듣는 사람들에게 그 즐거움이 전해진다고요. 나쁜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 때는 작업을 전혀 안 해서 작업 내내 너무 즐거웠어요. 음악적인 부분은 말로 다 못할 정도로 많이 배웠고요.”
노랫말 하나하나에는 로이킴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예컨대 마지막 트랙 ‘트웰브 오클락(12 O’clock)’은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 밤 12시에 쓴 곡이라 제목도 ‘트웰브 오클락’이 됐다.
“혼자 있을 때나 비오는 날이면 감성이 풍부해져요. 제가 감정 표현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닌데 생각은 많은 것 같아요.”
스무 살, 이제 막 소년에서 청년으로 접어든 로이킴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준 요인은 어떤 것들일까. 이 물음에 그는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 어렵다”며 고민을 거듭했다.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제겐 음악의 요소였어요. 제 가족들, 미국 유학 등 삶의 과정이 음악 세계로 이어졌어요. 제가 나이를 먹듯이 제 음악도 점점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죠.”
촉망받던 싱어송라이터는 하루아침에 대중의 뭇매를 맞게 됐다. ‘슈퍼스타K4’에 첫 등장한 후 채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과연 이 과정이 남들보다 좀 더 아프게 겪은 성장통이 될지, 혹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로이킴이 느끼는 혼란스러움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