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흥행 고수 이병훈 PD
“물론 시청률에 신경 쓰죠. 하지만 시청자의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 충족과 외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성도와 감동이 있는 사극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40년 넘게 흥행의 승부사로 군림해온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1970년 MBC에 입사해 ‘113수사본부’, ‘제3교실’ 등을 연출하며 흥행 PD로서 쾌조의 스타트를 한 이병훈 PD는 폭발적 인기를 끈 ‘암행어사’,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중 ‘설중매’·‘인현황후’·‘임진왜란’, 60%대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사극계의 판도를 흔든 ‘허준’, 소설 원작을 완성도 높게 드라마화해 30~40%대 시청률을 올린 ‘상도’, 사극 한류의 기폭제 역할을 하며 50%의 시청률을 보인 ‘대장금’ 그리고 20~40%대의 ‘이산’·‘동이’·‘마의’ 등으로 흥행의 명승부사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사극을 주로 연출하며 높은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이병훈 PD는 “사극을 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적 흥미성 추구에서 오는 상위성(相違性), 졸속 제작에서 오는 표현 부족, 그리고 장기간의 작업에서 오는 매너리즘과 평안함을 추구하는 육체적 욕구에 굴복하는 안이함과의 길고도 긴 싸움을 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게 없어. 이 감독은 밤에 다들 오들오들 떨고 기다려도 찍을 장면 전체를 일일이 다시 점검하고 촬영하는 거야. 작업 늦어지고 촬영 힘들어도 누구하나 불만이 없지. 이 감독을 믿으니까.” ‘허준’에서 ‘마의’까지 흥행작을 함께했던 이순재의 언급에서도 이 PD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를 읽어 낼 수 있다.
이병훈 PD는 다양한 세대가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드라마를 통해 재미와 감동, 정보를 주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는 시청자들과 소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의’를 끝내고 휴식기 동안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이병훈 PD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흥행 명승부사의 면모를 보일까. 이병훈 PD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마의’에서 주춤했지만 이병훈 PD를 믿는 것은 “이병훈 PD는 어제의 성공은 과감히 잊어버리고 도전과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항상 스타트라인에 서 있는 신기록 스프린터다”라고 말하는 소설가 최인호의 진언(眞言)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