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사대부고 이한재 교사 추도사 “사랑하는 제자 지키지 못한 선생이 무슨 말을 해”

입력 2013-07-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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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영결식이 24일 학교장으로 치러졌다.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거행된 ‘사설 해병대캠프 희생학생 합동영결식’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쳤던 이한재 교사가 추도사를 읽어 참석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한재 교사는 추도사를 통해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렸다.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이병학군에 대해서는 “아침이면 제일 먼저 학교 기숙사에서 내려와 담임교사를 맞아줬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바나나맛우유를 챙겨주던 자상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진우석군에 대해서는 “지난 스승의 날 연필로 꾹꾹 눌러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쓴 편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간 우석이”라며 “아직 편지에 답장도 못 했는데 이제와 답장을 쓴다면 도대체 어디로 보내야 한단 말입니까”라고 흐느꼈다.

장태인군은 ‘운동 만능’으로 기억됐다. 그는 “태인이는 축구든 농구든 항상 학교의 에이스였다”며 “ ‘내년 체육대회는 저에게 맡겨주세요’라고 말하던 태인이의 눈빛이 너무도 진지했다”고 말했다.

이준형군에 대해서는 “한 선생님과 얼굴이 닮아, 교사와 서로 자기가 더 잘생겼다고 웃음꽃을 피웠다”며 “그때 네가 훨씬 더 잘생겼다고 말해줄 걸 그랬다”고 애도했다.

이 교사는 김동환군이 “수줍게 다가와 질문공세를 벌이는 탓에 쉬는 시간을 통째로 내줘야 했지만 하나도 귀찮지 않았다”며 “아직도 책상 위엔 주인 잃은 동환이의 질문지가 놓여 있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그는 “제가 아이들이 그리워 울면 아이들도 울면서 뒤돌아보느라 자신들이 가야 할 좋은 곳에 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억지웃음이라도 지으며 울지 않겠다”고 울음을 억눌렀다.

이한재 교사는 다섯 학생들에게 “피워내지 못한 꿈은 더 좋은 세상에 가서 부디 피워내기 바란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터지는 슬픔을 더 큰 사랑으로 옮겨 담아 남은 학생을 지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사랑하는 제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선생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선생님들이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재학생, 동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의 시신은 천안추모공학생들의 원에서 화장된 후 천안공원묘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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