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등 유럽지역 테러 배후 책임…제재 이어질 듯
유럽연합(EU)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회의 후 “이번 결정은 EU가 테러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외교 소식통들은 “일부 국가들은 헤즈볼라의 테러단체 지정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헤즈볼라가 유럽에서 테러를 자행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만장일치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슬람 시아파의 무장 조직인 동시에 레바논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이다. 헤즈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각종 테러를 자행해왔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EU에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 제재를 가하고 유럽 내 활동을 단속할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지난 1997년에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EU 국가들은 레바논과 주변 아랍국 관계를 고려해 테러단체 지정을 미뤄왔으나 불가리아에서 발생한 테러로 유럽 국가의 헤즈볼라에 대한 입장이 변했다.
불가리아에서는 지난해 7월 이스라엘 관광객 5명이 버스 폭발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배후에 헤즈볼라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키프로스 법원은 지난 3월 헤즈볼라 조직원이 키프로스에서 이스라엘 관광객에게 테러를 감행하려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EU는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지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에 대해 무기 금수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소수 시아파 주축의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EU의 제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EU는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함에 따라 유럽 내 헤즈볼라 자산 동결과 주요 인사에 대한 여행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헤즈볼라가 테러단체로 지정되고 이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될 경우 중동지역 세력 판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이란-시리아-헤즈볼라 동맹’ 축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EU의 향후 중동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EU가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제재는 레바논 정국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