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음반의 꿈… 왜 머나먼 얘기 됐을까

입력 2013-07-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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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가격 美·英과 비슷하지만 최저임금은 절반… 음반 구매력 큰 차이

전 세계적으로 음악 소비 트렌드가 음반에서 음원으로 옮겨 갔다지만 대중음악 시장규모가 큰 미국, 일본, 영국은 여전히 100만 장 이상 팔리는 앨범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100만 장 음반’이 까마득히 먼 이야기가 됐다. 이들 나라의 음반 가격과 우리나라의 음반 가격, 그리고 구매력은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봤다.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의 경우 신보를 9.99~14.88달러(아마존닷컴 기준)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평균 11.88달러, 우리 돈으로 1만3000원 선이다. 음반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은 통상반, 초회 한정반 등 음반 사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000~3500엔(약 3만3700~3만9300원) 선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록음악의 본고장 영국은 9.99파운드(약 1만6800원) 정도에 신보가 판매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가왕’ 조용필의 19집 앨범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4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경우 이보다 약간 더 비싸다. 물론 이 가격은 일반적인 사양으로 나오는 앨범일 경우 적용된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일찌감치 음원 소비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이제 음반은 팬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경우 스페셜 포토북이나 멤버별 재킷, 박스 케이스 등 호화 사양을 더해 2만~3만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음반 가격은 미국,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구매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평균 최저 시급은 7.25달러(약 8100원), 영국의 최저 시급은 6.19파운드(약 1만400원)다. 2시간을 일하지 않아도 음반 한 장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최저 시급은 4860원이란 낮은 수준에 그친다. 3시간을 일해도 1만4580원, 앨범 한 장 살 수 없다. 음반 구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에서는 신보가 아닌 앨범은 좀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7.99달러(약 8900원), 5.99달러(약 6700원) 등 할인가를 적용하거나 2장을 10파운드(약 1만68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렇게 음반이 대중과 더욱 멀어지면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의 앨범이 음반 판매량 순위를 독식하고 있다. 가온차트 기준 지난해 음반 판매 1위는 슈퍼주니어 정규 6집(35만6431장)이며 2위는 빅뱅 미니 5집(26만6848장)이다. 이 밖에도 동방신기, 지드래곤, 샤이니 등 음반 판매량 10위까지 모두 아이돌 그룹만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웃 일본의 평균 최저 시급은 우리나라의 약 2배에 달하는 749엔(약 8400원)이다. 워낙 음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시급 대비 음반 가격이 높지만 지난해 오리콘 앨범 랭킹 기준 100만 장 이상이 판매된 앨범은 3장, 50만 장을 넘긴 앨범은 11장이다. 이 중 아이돌 가수의 앨범은 단 2장(AKB48, 아라시)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수들은 여전히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 앨범에 대한 애정이 깊다. 조용필의 정규 19집이 20만 장 이상 팔린 점은 꺼져가는 음반 시장에 희망의 불씨가 됐다. 지난달 4년 만에 정규 11집을 발매한 이승철은 “음반 시장이 붕괴된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것”이라고 음반의 가치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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