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라이프앤진·알란텀·GS플라텍 등 ‘밑빠진 독 물붇기’
상장사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신사업들이 돈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투자 3년 이상이 지나도록 실적을 내지 못하는가 하면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 해도 ‘시간게임 딜레마(Time Game)’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모기업의 자금 지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G는 올해 들어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에 220억원을 출자했다. KGC라이프앤진은 지난 2010년 KT&G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설립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판매 전문 회사다.
KT&G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300억원, 214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그러나 모회사의 계속된 투자에도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KGC라이프앤진은 지난해 3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011년(129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136% 증가했다. 향후 메워야 할 미처리결손금도 437억원에 달한다.
영풍그룹도 자회사인 알란텀이 ‘돈 먹는 하마’다. 알란텀은 지난 2008년 영풍그룹이 디젤차량용 매연저감장치 개발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창업주 일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최 회장의 장남 최내현씨, 영풍이 각각 16.84%, 22.89%, 4.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알란텀은 올해에만 최대주주인 최내현씨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지난해에도 주주들로부터 4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그러나 알란텀의 신사업은 도무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10억원, 2011년 1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119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GS그룹의 GS플라텍도 모회사의 자금 수혈로 연명하고 있다. GS그룹은 지난 2008년 신사업 발굴을 위해 폐기물 에너지 사업 업체인 애드플라텍을 합병해 2010년 사명을 GS플라텍으로 변경했다. GS그룹은 최대주주인 GS에너지를 통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GS플라텍에 580억원 가량을 수혈했다. 그러나 GS플라텍은 모기업의 계속된 투자에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2011년 각각 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98억원으로 순손실 폭이 188% 확대됐다. 3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며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 사업부 중 하나인 레이도 올해 1분기 전액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만 신사업의 특성상 ‘시간게임 딜레마’(미래 유망사업으로 반드시 선점해야 할 필요성은 명확하지만 언제 시장이 열릴지 장담하기 어려워 사업을 당장 시작하기도 마냥 착수를 늦출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모기업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밝혔다.